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1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1.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은 작가 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특이한 소설이다. 일단, 가장 먼저 이야기를 꺼낼 부분은 소설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 중간마다 등장하는 미쓰다 신조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문학관에 대해서다.


233. 란포라는 작가는 분명 탐미파였어요. 그런데 탐정소설이라는 새롭고 매력적인 문학이 눈에 들어오고 말았죠. 게다가 탐정소설은 매사에 싫증을 잘 내고 인생을 지루하게 느끼던 그에게 최고의 자극제였어요.


미쓰다 신조가 소개하고 그리고 평가하는 많은 작가와 그들이 쓴 미스터리 작품. 이 부분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따로 언급할 말은 없다. 그러나 <기관>을 통해 에도가와 란포가 일본 추리 문학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작가야 말로 자신이 소원하는 바를 이루어줄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한 렌조 미키히코라는 작가의 언급은 렌조 미키히코라는 작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검색해본 결과 렌조 미키히코라는 작가는 안타깝게도 이 소설이 출간된 지 12년이 지난 2013년에 생을 거두었다.


2.


1의 논의 중에서 특히, 료코와 대화를 나누는 부분을 요약해보면 미쓰다 신조 작가는 본격 미스터리의 독자적인 장치들 속에 사건에 휘말리는 등장 인물의 심리 묘사 등을 얹어 그 자체로 문학적인 가치가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집념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집념의 시작이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이라고 판단해도 될 듯 하다. 왜냐하면, 이 작품이 미쓰다 신조라는 이름을 걸고 출간하는 최초의 소설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루트로서는 말이다.  


결국,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가 추구하는 소설은 본격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어 문학성으로 따져도 뛰어난 소설일 것이다.곰곰이 생각해보면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은 그런 점이 일부 녹아있다. 문학성의 기준을 탁월한 심리묘사로 판단하는 미쓰다 신조 작가는 본격 미스터리 장르에 호러를 입히는 방식으로 문학성이 뛰어난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과제를 수행한다.  


실제로 읽어보면 호러라는 요소는 사람들의 심리를 뒤흔드는데 굉장히 탁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숫자 7, 그리고 서양식 건물과 관계되어서 일어나는 의문의 일가족 살인사건. 그리고 그것에 휘말리는 현실 속의 주인공과 현실 바깥의 주인공.

따지고 들면 논리는 부족하고, 궁극적인 살해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할 여지도 부족하지만 어쨌든 이 소설은 눈앞에 닥칠 위험을 인지하고 책장을 넘겨서 그것을 확인해 나간다는 점에서 섬뜩함을 가져온다.


초반에는 이 호러장치가 주인공인 작가와 주인공이 쓰는 작품 <모두 꺼리는 집>속의 주인공이라는 존재로 나뉘어. 개별적인 바탕에서 그려진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작가와 주인공이라는 공식이 파괴된다. 작가와 작가가 쓴 주인공이 동시에 똑같은 공포를 느끼게 되고, 이 공포가 연속으로 이어진다. 두 명의 주인공이 공포로 인하여 패닉에 접어들고, 그런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진실에 대한 실마리는미궁으로 빠진다.


3.


미궁에 빠진 상태에서 소설이 지목하는 범인. 이 범인의 정의와 이유가 엉망진창이 된다. 이 진창 속에서 역설적으로 이 소설과 이 사건과 이 범인에 관련하여 발생한 어떠한 사실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주장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확실한 무언가를 주장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불투명한 혼돈 속에서 느끼는 주인공의 절박함과 혼돈 가운데 뻗어오는 존재에 대한 공포심은 더욱 독자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 직접 읽으면 알겠지만 소설 전체를 드리우는 불확실성을 빼놓으면 딱히 설명할 거리가 없는 소설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살인 사건을 저지른 범인을 찾는 것에서 재미를 찾는 소설이 아니라, <미궁초자>라는 동인지에 미스터리 소설을 기고하는 편집자 겸 작가인 주인공 미쓰다 신조과 주인공이 쓴 소설 안에서 고통을 겪는 또 다른 주인공 코토히코가 느끼는 공포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는데서 더 큰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소설이다.


한가지 더 강조하자면, 실제의 현실, 소설 안의 현실과 소설 안의 가상세계. 이 세 가지의 세계를 한데 합친 다음에 한꺼번에 붕괴시켜버리는 작가의 독특한 장치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인 미쓰다 신조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야기가 마음대로 흘러간다는 본격 소설 속의 장치를 읽으면서 드라마 W가 잠깐 생각나기도 했다.


충분히 깊이 읽지 못했다. 아마 다음 번에 읽게 된다면 일본 추리소설에 대한 지식을 쌓은 다음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다.


171. 지금 내 몸 속에는 작가로서의 나, 독자로서의 나, 그리고 뭔가를 두려워하는 나, 이렇게 세 가람의 내가 있다. 게다가 세 번째 내가 느끼는 공포보다 첫 번째 내가 쓰고 싶다는 욕구. 두 번째 내가 읽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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