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차르 - 블라디미르 푸틴 평전
스티븐 리 마이어스 지음, 이기동 옮김 / 프리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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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푸틴 평전


뉴욕타임스 기자. 스티븐 리 마이어스라는 미국인이 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평전이다. 이 평전은 푸틴의 이력을 시대순으로 짚어나가는 형식의 책이다. 나는 푸틴이라는 사람을 모른다. 그저, 오래전 그가 흘린 눈물. 차가운 권력자의 눈물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푸틴이라는 사람을 잘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도자가 되려는 야망을 보이지 않았던 충실한 일꾼. 위협적이지 않아서 대통령이 된 푸틴이 어떻게 해서 오만한 권력자가 될 수 있었을까에 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2. 러시아의 다크 나이트


<배트맨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은 고담시티의 평화를 위해서 기꺼이 악당이 되기로 한다. 현재 러시아에도 과거 러시아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 악당이 되어버린 사람이 있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하여 그렇게 봐주길 원한다는 게 더 정확한 것 같다. 배트맨처럼 선한 악당인지. 배트맨과 달리 오만한 악당인지 생각해 볼 문제이긴 하지만 푸틴이라는 인물은 조커처럼 이유 없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저지르는 인물은 아닌 것 같다. 테러의 목적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의 집권 즈음에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간혹 벌어지던 자살폭탄테러 사건에 대한 의혹은 의혹으로 남겨두려한다.


3. 푸틴의 정치관


<뉴 차르>에서 묘사한 푸틴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푸틴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우선하지 않는다. 국민보다는 국가를 위한 정치를 한다. 국가가 잘되면 국민도 따라서 잘 된다는 주의다. 국가주의라고 부르면 되겠다.


둘째, 푸틴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정치를 하지는 않는다. 러시아의 이익을 위한 정치를 한다. 그런데 그것을 이루는 주체는 오직 푸틴 자신이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라는 것도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좋은 민주주의고, 대통령이 되지 못하면 나쁜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566페이지 실려있는 적나라한 팩트폭행은 간지럽다.


566. 아마추어들이 노골적인 무더기 투표행위와 유권자들을 버스에 태워 투표소를 옮겨 다니며 투표하는 장면 등을 휴대폰으로 찍어 온라인에 올렸다. 모스크바 제2501 투표소에서 늙수그레한 관리 책임자가 투표용지 한 다발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자기 손으로 찍어대는 장면이 유튜브에 올라오기도 했다.


셋째, 이렇게 해도 문제이고, 저렇게 해도 문제라면 내가 생각하는 러시아에 부합하는 정치를 하겠다. 결과가 좋다면 부패한 인물과 관계를 맺고 거래하는 등. 구린내 나는 과정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중국도 꽌시가 골칫거리고, 우리나라도 비선실세가 권력을 장악하곤 하는데, 러시아의 푸틴 역시 '블라트'라는 비공식적인 연줄과 일을 도모하는 것을 선호한다.


626. 부패는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서, 마치 제도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부패를 이용해 사람을 협박하기도 하고,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부패에 연루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연루되지 않았다고 해도 처벌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부패를 무기로 누구든지 협박하고 길들일 수 있었다.


그들과 함께 푸틴이 러시아의 경제 발전을 부르짖으며 벌인 사업은 대부분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자원의 개발이다. 푸틴은 이것으로부터 생긴 이익을 미끼로 올리가르히라 불리는 신흥재벌을 유혹하여 그들과 관계를  맺는다. 러시아의 경제는 자원개발로 인한 낙수효과를 통해 성장하는데, 혹자는 이것을 '포템킨 미라지'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넷째, 그는 텔레비전을 통한 이미지 정치를 선호한다. 푸틴은 공개적으로는 국민들을 향해서 개인숭배를 배격한다고 강조한 적도 있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푸틴은 아이스하키와 유도를 즐기는 건강하고 강인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노출하는 것도 모자라 러시아 곳곳에서 일어나는 소요사태는 감추고, 자신의 정책을 지지하는 선전용 방송을 내보내기를 즐긴다.  


4. 80%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


이 평전은 미국인이 썼기 때문에 푸틴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이 많지만, 그럼에도 굉장히 중심을 잘 잡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푸틴이 계획하는 러시아의 미래를 잘 짚어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뉴 차르>라는 제목과도 잘 어울린다. 이러한 푸틴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지만, 현재 러시아에서 푸틴의 지지율은 80퍼센트를 넘어섰다. 이러한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존재하지만, 민주주의로 푸틴을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642. 러시아 국민 대다수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모른다는 것이 진짜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을 기꺼이 블라디미르 푸틴의 손에 맡겨 놓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사람에게 맡길 것입니다. 러시아처럼 큰 나라에서 국민이 이렇게 하면 희망이 없습니다.  


674. 그가 느끼는 불안감, 열정, 허약함, 열등감이 그대로 국가정책이 되었다, 그가 피해망상에 빠지면 국가 전체가 적을 두려워하고 스파이를 겁내야 한다. 그가 불면증에 시달리면 모든 각료가 함께 밤을 새워야 한다. 그가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으면 모두가 금주를 해야 하고, 그가 술에 취하면 모두 함께 취해야 한다. (...) 그가 미국을 좋아하지 않으면 전 국민이 미국을 싫어해야 한다.


5.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유라시아연합


634. 크렘린 복귀 선언 이후 푸틴은 2011년 첫 정책발표를 통해 소련연방붕괴 이후 표류해 온 연방공화국들을 다시 묶어 유라시아경제연합이라는 이름의 광범위한 경제협력체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푸틴은 이미 유럽연합과 나토에 편입된 발트해 3국은 제외하고, 이 경제 블록을 유럽연합의 대항마로서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새로운 제국으로 등장시킬 생각이었다. 유라시아와 흑해에서 중앙아시아, 시베리아까지 이어지는 광대한 스텝지대를 하나의 공동체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636. 푸틴이 유라시아연합에 가장 끌어들이고 싶은 나라는 우크라이나였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역사적, 사회적, 종교적으로 깊은 유대를 가진 나라이다. 우크라이나인들 다수는 인종적으로 러시아인들이고, 20세기 최악의 지정학적인 재앙에 의해 조국을 떠나 그곳으로 간 사람들이라고 푸틴은 생각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천연가스와 원유의 가격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압박한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야누코비치 대통령에게 미국과 관계를 끊으라고 협박하고, 150억 달러라는 당근책을 제시한다. 푸틴은 야누코비치로 하여금 러시아의 손을 잡도록 유도한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 러시아와 손을 잡은 선택은 우크라니아 내에서 탄핵 역풍을 일으켜 그를 대통령의 자리에서 잠시 내려오다. 


푸틴은 이틈을 놓치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트림반도에 군사를 투입한다. 그렇게 그는 크림반도를 러시아 제국의 영토로 복속시켰다. 그 이후 푸틴은 크림반도에 군사를 투입한 이유로 크림반도 내의 자국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크림반도 분쟁은 이렇게 생겨났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내에 속한 프로축구팀을 자국 리그에 포함시킨다. 그리고 최근에는 크림반도에서 러시아의 총선을 진행하여 관리를 선출하고 있다.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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