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인문학 - 서울대 교수 8인의 특별한 인생수업
배철현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1. 한국의 클레멘트 코스 : 마아트 프로그램


재작년에 클레멘트 코스의 창시자 얼 쇼리스가 쓴 <인문학은 자유다>를 읽었다. 그 때 나는 그 책에 대해서 지역만 다를 뿐 내용은 한결같은 450페이지짜리 에세이를 읽은 기분이다. 속은 느낌이다. 이 책은 좀 더 확실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 이유는 빈곤층에게 인문학 강의를 하는 클레멘트 코스를 반대했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클레멘트 코스가 어떻게 뿌리내렸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클레멘트 코스에서 했던 강연 내용들이었다.


인문학 강의의 대상이 빈곤층이 아니라 재소자라는 점이 다르지만.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이라는 점은 같다. 이들에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제공하기 위해 구성한 한국의 클레멘트 코스인 '마아트 프로그램'. 그리고 마아트 프로그램에 참여한 서울대 교수진들의 강의를 엮은 <낮은 인문학>. 이 책은 강의 내용의 온전한 전달력에 온 힘을 기울인 구성이 돋보였다. 그 이전에 강의자들의 고민의 흔적에 마음이 움직였다.


6. 수용자들의 삶에 긍정적이며 혁신적인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새로운 지식 전달이나 학문적인 내용보다는, 그들이 자신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도록 하며, 삶에 대한 열정을 스스로 고취시키도록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2.


1강의 당신의 마아트는 무엇인가라는 강의에서는 개개인의 존재이유와 소명에 대한 질문을 적절하게 던져주었으며, 2강의 '생각'에 대해 생각하다에서는 행복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과 생각 다스리기의 방법을 제안한다. 3강의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에서 개인의 소명의식에 대한 질문은 '행복하거나 건강한 삶'이 아닌 '명예로운 삶'이라는 측면으로 강화된다.


4강의 기억, 미래를 만드는 '과거'에 담긴 독일과 히틀러와 빌리 브란트. 그리고 귄터 그라스의 이야기를 통하여 과거를 제대로 알고 반성할 줄 아는 용기를 지녀야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5강의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인가에서 다루는 라틴 아메리카의 문제. 뿌리박힌 제국주의 관념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편견과 오해의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에리히 프롬의 사상을 소개한 7강은 개인적으로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서는 바로 앞서 읽었던 책에서 느낀 이것.


어쨌든, 낙관적 진보주의로서의 진화. 이 깨달음을 막는 가장 큰 문제는 아마도 우리 사회가 여전히 다윈과 도킨스의 이론에 고정되어 있다는 것일 테다. 이것의 의미는 적자생존과 이기적 유전자라는 관점. 즉, 강한 것이 선택받고. 선택받는 것이 강하다는 점을 유일한 정상과학으로 인정함으로써 경제력의 기준을 유일한 판단기준으로 삼아 타인으로부터 선택받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과를 통하여 다양성 속에서 커나갈 수 있을 자본주의의 긍정적인 효과가 이기적 선택이라는 과정을 등에 업고 거의 유일한 상태의 거대한 세계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과거의 어느 시대보다도 큰 기대치를 충족하도록 요구받는데. 이 기대치는 대중문화에 의하여 학습되고, 인문학의 부재와 맞물려 더욱 강화된다.


이것은 소유에 의거한 삶의 양식이 극대화되어 모든 사람이 그것을 기본적으로 요구받게 되는 현실로 짧게 줄여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 8장의 신화 속에 담긴 삶과 죽음의 단계에서 소개하는 죽음의 다양한 성찰도 유용한 챕터였다. 그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분리, 전이, 통합을 거치는 통과의례로서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다는 가르침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걸로 생각된다. 훌륭한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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