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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수업 - 벤저민 프랭클린에게 인생을 배우다
테레사 조던 지음, 박아람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1. 배움과 경험으로 의미를 되새기다
테레사 조던이라는 낯선 작가의 책. <생활수업>은 20세기 미국의 위대한 철학자 에릭 호퍼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에릭 호퍼 북 어워드'의 2015년 대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타이틀에 실린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위대한 사상가 벤저민 프랭클린 외에 주목할 만한 사상가 한 사람을 더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도덕적 이성에 근거한 합리적 개인주의를 주창한 여류 사상가 아인 랜드를 굉장히 오랜만에 만나게 된 것이었다.
174. "한 인간이 사람들로부터 자립하는 것은 삶의 원칙이다. 한 인간이 사람들에게 의존하는 것은 죽음의 원칙이다. (중략) 나의 가치들이 서로 모순되지 않고 나의 욕망들이 서로 충동하지 않듯, 합리적인 인간들 사이에는 이해의 상충도, 희생자도 없다."
작가는 앞에서 말한 사상가 외에도 미국의 선구자들이 남겨놓은 가치를 블로그를 개설하여 꾸준히 기록했다. 어떤 가치에 대한 기록을 공부하고, 거기에 자기의 경험도 고백하는 방식으로 자기관리를 시도한다. 마치, 우리가 영단어를 쉽게 외우기 위해서 영영사전으로 해당 단어에 대한 의미를 깊이 공부하듯이, 관련된 개념에 대해 이야기와 경험과 잠언들을 덧붙여서 우리가 그 가치들을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방식으로 인간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것들을 꾸준히 증식시켰다.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남긴 댓글에 대한 피드백을 충실하게 반영한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벤저민 프랭클린의 13가지 덕목 이외에도 작가가 판단했을 때는 믿음, 감사, 관용, 용기, 용서 같은 가치 또한 삶에 있어서 유용한 가치라서 생각해서 책에 포함시켰다. 작가는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서문에서 그녀가 제기하는 문제점과 얼마 전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으며 느낀 감정과 너무나 비슷하다.
17. 우리들 대부분은 희망하는 인간상이 있음에도 종종 그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는 내일 있을 회의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TV 드라마에 탐닉한다. 유기농 브로콜리가 좋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빅맥 버거를 먹어댄다. 잠시만 참으면 지나갈 것을 알지만,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폭발하여 일을 더욱 그르치기도 한다.
우리들의 양쪽 어깨엔 천사와 악마가 나란히 앉아 있다. 그리고 우리들의 삶이란 그 둘의 싸움이 펼쳐지는 시트콤과 같다. 나 역시 이 책을 쓰면서 부족한 의지와 능력으로 고전할 때에는 주로 나태와 심통과 늑장이 일상이라는 시트콤의 주인공이 되었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가치. 죽음에 이르는 적으로 규정한 그것들의 이름은 음욕과 탐식, 탐욕, 나태, 분노, 시기, 교만, 허영, 심통 고집 같은 것들이었다.
2. 쌍곡선 할인(= Hyperbolic discounting, 과도한 가치폄하 효과)과 다중자아 이론, 각성과 회피
<생활수업>에서 인상 깊은 부분은 인간을 망치는 부정적인 것을 다룬 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이면서 유용했던 부분을 '늑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늑장'에서 그녀는 사람들이 늑장을 부리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한다. '과도한 가치폄하'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경제학자 조지 에인슬리의 견해를 가져다쓴다. 이 내용은 예전에 언급했던 쌍곡선 할인과 같은 뜻이지만 해석의 차이로 인하여 '쌍곡선 할인'이 '과도한 가치폄하 효과'로 해석되었다.
2-1. 게으름 피우려고 하는 자아를 극복하기 위한 방식으로 잘 알려진 커미트먼트 효과를 빅토르 위고의 일화로 쉽게 설명한다. 빅토르 위고는 글을 쓸 때 밖에 나가고픈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알몸으로 책상 앞에 앉아서 하인에게 옷을 숨겨두라고 했는데, 이것은 자기를 구속함으로써 글을 쓰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2-2. 다중자아 이론이라는 흥미로운 해결책을 소개한다. 이것은 우리 안에 여러가지 자아가 있다고 생각하는 방식이다. 최근에 읽은
<프로이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것들>의 리뷰에서 언급했던 '쾌락본능' 과 '죽음본능' 이 다중자아의 여러 얼굴 가운데 두 가지 얼굴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철학자 돈 로스의 말을 빌려와서 실질적으로 이렇게 제안하라 충고한다.
185. "텔레비전을 보는 자아는 계속 텔레비전만 보고 싶어 하지만 그 자아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텔레비전을 보고 싶어 한다. 이는 곧 흥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지금 일을 하면 나중에 텔레비전을 더 많이 보게 해주겠다고 흥정하면 된다." 늑장은 흥정 프로세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일어나는 결과인 셈이다.
2-3. 인간의 유형을 압박을 받아야만 일에 대한 아드레날린이 분출하는 '각성 늑장꾼'과 자신의 가치를 성취도로 평가하기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 적정하며 일을 미루는 '회피 늑장꾼'으로 분류해줌으로써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한층 증진 시켜준다. 물론 이 각성과 회피의 이론 또한 조지프 페라리 박사의 이론을 가져온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여기에서 인용한 조지 에인슬리,돈 로스,조지프 페라리 같은 학자의 번역 서적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체레사 조던이 이 책을 통하여 소개하는 학자들의 서적은 대부분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상태였다.
3. 아나이스 닌의 잠언
193. 우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률적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한 부분만 성장하고 다른 부분은 성장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우리의 성장은 들쭉날쭉하다. 어떤 부분에서는 성숙한 사람도 다른 부분에서는 어린애 같을 수 있다.
이것도 요즘 느끼는 부분이라 옮겨본다.
4. 퍼트리샤 넬슨 리메릭의 '얼간이 10퍼센트 법칙'의 활용법
210.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은, 라디오와 TV에 새로운 채널이 수백 개로 늘었고 인터넷의 목소리도 셀 수 없을 정도이다. 그중 대다수는 끊임없이 볼륨을 높이고 미끼를 던져 주목을 끌려고 경쟁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가장 큰 우려들을 확인해주는 목소리만 들으려 한다. 그러면서 갈수록 자신의 믿음 안에 갇혀 세상을 본다. 사실 오늘날의 세계에서 우리 모두가 함께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떠올리기조차 힘들다. 세상 거의 모든 일과 그에 대한 입장에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양극의 청중도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바로 그 청중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최소한 무엇을 들을 것인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이 학자의 책은 국내에 딱 한권 번역되어 있는데, 이 주제 '얼간이 10퍼센트 법칙(모든 집단에는 일정 비율의 얼간이가 있다.)'을 다룬 책은 아닌 것 같다. 다시 본문 이야기로 가서. 스스로 선택하기 전에 얼간이 10퍼센트를 항상 생각하고 그것을 배제하고, 결정하는 것을 권한다는 내용이었다.
5. '지위를 위한 지출'이 야기한 '쾌락의 쳇바퀴 '
'탐욕'에서는 소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 장에서 작가는 중산층의 소비 지출이 경제성장과 더불어 증가하는 통계자료를 가져와서 그들의 소비액이 증가하는 이유가 단순히 개인적인 욕구 때문인지 탐욕을 불러일으키는 다른 문제는 없는지 생각해본다.
87. "빈곤한 사회의 남편은 장미꽃 한송이로 아내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지만, 부유한 사회의 남편은 장미꽃 열두 송이를 사야한다."
작가는 개인의 문제로 모든 것을 돌리기 이전에 사회적 기준이 높아질수록 각자에게 요구하는 기준치가 높아지고, 그것이 쾌락으로 변질되어왔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런 악순환이 쳇바퀴로 돌아가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로버트 프랭크 박사는 이것을 '지위를 위한 지출'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지위를 위한 군비 경쟁'이 오랜시간동안 우리 모두에게 효과를 미치고 있었음을 주지시킨다.
88.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말했듯이, '창피하지 않게' 남들 앞에 나가기 위해 의복에 얼마를 지출해야 하는가는 그 지역의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그가 쓴 바에 따르면, 18세기 스코틀랜드에서는 최하층의 노동자들조차도 리넨 셔츠를 입었다. 리넨 셔츠를 살 수 없다는 것은 대개 게으름이나 무능력, 때로는 그 이하를 의미했다.
89. 소비 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두려움, 즉 진짜 실패보다 실패자로 인식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본질적인 불안을 인지하기 전에는 물질적으로 아무리 성공해도, 그래서 최상위 소비자들처럼 막대한 소비를 한다고 해도 결코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탐욕의 맨얼굴이라고 테레사 조던은 우리에게 소개시켜준다.
6.
이 책은 <오리지널스>같은 창의성에 대한 책, 혹은 일반 문학 작품과는 달리 다루는 주제가 전방위적인 수준으로 많다. 게다가 지면이 한정되어 있어서 관련 주제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금방 까먹게 되는 단점도 있다. 그렇지만 테레사 조던이라는 한 인간이 개인의 성장과 더불어 인류의 정신적 진보와 깨달음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은 매우 훌륭하고 존경스럽다. 한번만 읽으면 절대로 매력을 느낄 수 없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