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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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삼궁', '찻탓캇', '01査10'. 도무지 그 뜻을 알 수 없는 주인공들의 이름처럼. 그들에게서 신념이라는 것을 도통 찾아낼 수 없었다. 누군가를 지배하고, 혼란스럽게 하는 그 자체에 속칭 오르가즘을 느꼈다. 젊은 세 사람에게는 그저 본능적인 성적 욕망과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만 있을 따름이었다. 그렇기에 이들을 부리기는 너무도 쉬웠다. 돈과 여자라는 쾌락만 제공하면 되었으니 말이다. 영화 <내부자들>의 가장 말단의 조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장강명 작가의 <댓글부대>는 소수의 댓글부대가 기득권의 정신에 반하는 의견을 쏟아내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어떤 방식으로 파괴하는지 또한 순수한 어린 친구들을 어떤 방식으로 보수화하는지도 설명한다. 더 나아가서 언론을 어떻게 바보로 만드는지도 보여준다. 음모론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한 이 작품. 물론, 이것은 소설에 불과하다. 그러나 세상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무시하고 지나치기엔 후회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2.


과 거에는 권력자들이 조폭의 힘을 빌어서 자신들의 이권을 유지했다면, 오늘을 이야기하는 장강명 작가의 <댓글부대>에서는 빅브라더를 꿈꾸는 자들이 인터넷 공간의 댓글부대의 힘을 빌려서 여론을 조작한다. 단순히 한 사람의 생각이 인터넷이라는 통로를 통해서 여러 사람의 합의로 포장되어 궁극적으로는 정치적인 힘으로 재탄생한다.


여론조작? 조금 순화해서 여론몰이는 한쪽 방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수와 진보 양쪽 진영에서 모두 이루어진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그렇게 그들은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거나 현 체제를 무너뜨리려고 한다. 그래서 <댓글부대>를 <강남몽>이나 <비열한 거리>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댓글부대>의 세상은 작가의 표현처럼 훨씬 빠르고 독해졌다.


그들은 병두처럼 지켜야 할 가족도. 함께 일하는 식구도 없었다. 오로지 각기 다른 3명의 타인들로서 서로 거리를 유지할 뿐이었다. '찻탓캇'혹은 '01査10'에게 현주와 병두 간의 순애보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들이 조작한 행위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은 그들을 흥분케 했고, 그 댓가로 돈과 쾌락에 취했고, 계속 그것을 얻기 위해서 그들의 요구에 응함으로써 판을 키웠다. 


그들이 건네준 쾌락. 자신이 아닌 제공된 것에서 찾은 쾌락에서 싹튼 찻탓캇의 진심. 설사 그것이 진심이었다 하더라도 혼자만의 메아리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3.


이 소설의 주요 인물은 댓글공작을 벌이는 팀-알렙의 '삼궁', '찻탓캇', '01査10'이지만, 실세는 합포회의 우두머리인 노인과 K일보 기자 임상진의 대립이 울타리 모양으로 소설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그들은 한국정치의 오른쪽과 왼쪽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다만, 이 작품은 오른쪽과 왼쪽이 충돌하는 작품이 아니라 왼쪽의 역할은 오른쪽의 음모를 폭로하는 역할에 국한되어 있으며, 오른쪽의 역할은 빅브라더를 형상화한 노회한 회장의 입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신념이 알렙의 멤버와 독자들을 현혹시키는 것이었. 그 신념을 토해내는 공간는 노인 소유의 비밀공간이며 룸살롱같은 곳이었다.


노인은 아랫사람인 이철수와 삼궁과 함께 어린 소녀를 끼고 술을 먹으면서, 그 소녀탐한다. 작가는 노인 말과 행위가 배치(背馳)되는 이 이율배반적인 행위를 통해서 빅브라더의 사상을 독자로부터 거부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국가를 위하고 젊은이들을 위한다 노인의 정당성을 일정부분 박탈시키지 않았나. 작가가 일부러 그렇게 유도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해서, 삼포회의 자금력을 동원한 댓글부대의 선전 문구. '나는 강하다.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라는 캠페인으로 자라난 세대가 기득권을 위협하지는 않되. 낙관적인 기운으로 열심히 돈을 벌어 당신들의 자산을 비싼값에 매입해주기를 바라는 것일테다. 아래 내용 중에 인정할 수있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147. 요즘 정치 하는 친구들은 그걸 몰라. 경제가 사회 분위기를 결정하는 게 아니야. 사회 분위기가 경제를 결정하는 거야. 집단의 힘, 군중의 마음!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믿음을 품게 되면, 주변이 다 잿더미고 쓰레기산이어도 상관없어. 인간은 강한거야.


괴벨스가 이런 말을 했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국민들에게 낙관적 전망을 심어줘야 한다고. 우리는 전쟁중이었어. 그 지긋지긋한 가난과 싸우고 있었어.

일자무식의 농촌 출신 병사들이라도 말이야, 저기가 고지라고, 저기만 넘으면 된다고, 저걸 넘으면 넌 위대한 전사가 되는 거라고 북돋워주면 다 그걸 넘어. 자기들끼리 군가를 부르고 '조금만 참자, 버티자'고 외치면서. 그런 때 사람들은 애를 낳아. 여자들은 짧은 치마를 입고 남자들을 유혹해. 자기 미래를 낙관하니까. 하루에도 열두 시간을 일하고 돌아와도 몇 년 뒤에 보답이 더 크게 돌아올 걸 확신하면 피로가 금방 가시지. 그런 흥분이 경제도 움직이는 거야.

그런데 멍청한 놈들이 그런 열광을 불러일으킬 생각은 않고 요즘 젊은이들은 패기가 없다느니, 뭘 포기한 세대라느니 하면서 오히려 기를 꺾어놔. 아주 악질적인 사고방식이야. 조금만 부추겨주면 에베레스트도 오를 수 있는 애들한테 ' 동네 뒷산 오르는 주제에 무슨 엄살이냐'라고 비아냥거리고, '힘드니까 등산이다'라며 멸시하고. 자기들 인생 하나 성공하지 못한 종자들이, 자라나는 애들 미래를 발목 잡고 있어. 다 붙잡아서 감옥에 처넣어야 해.


152. 인간은 말이야, 생각이 바뀌지 않아. 조용필 좋아하던 사람이 늙어서 패티김을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니야. 조용필 좋아하는 사람은 조용필과 함쎄 늙어가는 거야. 우리 아버지는 백설희랑 같이 늙어갔고, 나는 신중현과 같이 늙었어


촛불 들고 나섰던 애들도 아마 바뀌지 않을 거야. 1985년부터 1995년 사이에 태어난 애들. 특히 여자애들. 난 그 애들은 아주 버렸다고 생각해. 걔들은 평생 정부 탓이나 하면서 살아갈 거야. 히피들이 추하게 늙어간 것 좀 봐. 얘들도 꼭 그렇게 될 거야. 공부도 하지 않고 남 이야기를 들어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남이 자기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소통을 안하네 어쩌네, 80년 광주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네. 그런 어리광을 늘어놓으며 평생을 살 거야. 그냥 전라도 인구가 그만큼 은었다고 보면 돼. 그걸 어쩌겠어. 트펴를 못하게 하겠어, 인터넷을 못하게 하겠어? 그냥 그렇게 가는 거지, 한동안은 그 애들이 인터넷을 쥐고 흔들겠지. 그리고 인터넷이 현실을 흔들겠지. 암흑시대가 오는 거야.


우린 그다음 세대를 공랙해야 해. 아직까지는 머리가 그렇게 굳지 않은 애들. 그 아이들의 정신이나마 건강하게 만들어야 해. 펩시 콜라가 말이야, 코카콜라랑 싸우다 싸우다 안 되서 그냥 이십 대 이상은 안 된다, 하고 백기를 들었어. 아무리 콜라 맛을 좋게 하고 비싼 모델을 고용해서 브랜드 이미지를 기깔나게 만들어봐도 스물이 넘은 사람은 설득할 수가 없었던 거야. 그래서 어른들은 포기하고 어린애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했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우리도 그렇게 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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