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톈의 이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 천재 동양 철학자들의 생각의 향연을 듣다
이중텐 지음, 이지연 옮김 / 보아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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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각의 향연


책을 선택하기 전에도 <이것이 바로 인문학이다>보다는 이중톈이라는 브랜드에 먼저 끌렸을 만큼. 개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제목이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읽기 시작하다가 가만히 표지를 들여다보면 큼직한 글씨 위쪽에 자그맣게 생각의 향연이라는 부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분명히 책을 읽기 전엔 눈에 들어오지 않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표지를 훑게 되면 <생각의 향연>이라는 단어가 눈에 확 띌 것이다.


2.


이 책은 내가 읽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철학을 소개하는 책 중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는 유가와 묵가와 도가와 법가를 춘추전국시대의 주요 사상으로 다룬다. 이중톈은 이 사상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하고, 그들의 사상 가운데의 핵심 내용을 설명하고, 더 나아가서 이들의 사상이 지닌 한계를 아주 정확하게 설명한다. 아마도 앞으로도 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3. 지식과 지혜


<이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즉, <생각의 향연>에서 이중톈이 이렇게 다양한 사상을 그것이 출발한 원인에서부터 설명한 이유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순간에 좀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지혜... 음.. 개인적으로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순간은 인간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크고, 지식이 필요한 순간은 인간이 배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서, 지식은 사회에 속하는 것으로 손쉽게 주고받을 수 있으며, 생각보다 꽤 단순하게 비교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우열관계를 손쉽게 선택할 수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에서 간단히 손가락만 움직여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혜는 개인의 관점에 속한 것으로서 오로지 각자의 깨우침으로써 판단할 수 있다. 지식이 가능성의 판단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라면, 지혜는 그 가능성이 어떤 인식의 확장으로 통해 다가왔는지, 그리고 그 가능성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 미리 판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4. 노자 <제18장>


262. 큰 도가 없어지니 인과 의가 나타났고, 지략과 지모가 나타나니 큰 위선이 생겨난 것이다. 가족이 화목하지 못해 효성과 자애라는 것이 나타났고,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충신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 책의 이 구절을 통해서 처음 깨닫는 건 아니다. 작용과 반작용. 인간이 어떤 행위를 하게 되는 것 이면에 숨겨진 방어기제라는 이론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내용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니 이 구절이 제일 강하게 박히는 건 사실이다.


사회를 지탱하는 무언가 무너졌다. 사상가들은 그 원인을 살폈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인과 의, 지략과 지모, 효성과 자애, 충신이라는 관념을 내세웠다. 그것의 이동과정을 살펴보면 사상의 단계별로 맨 처음에는 도덕이 필요치 않은 무위의 사회 -> 인 -> 의 -> 예악 ->법(권세)으로 흐르고, 이러한 도구를 통해 과거의 영광스러운 시대회귀(유가, 도가, 묵가)하거나 권세가에 눈에 들어서 자신의 힘을 인정받는 시간(법가)으이동한다.


5. 헬조선이 뜻하는 난세.


헬조선을 인정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그에 따라서 이 시대에 대한 처세가 점차 극단적으로 바뀌는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이제는 군자는 '인애'의 상징이 아니라 의 틀에 박힌 예법. 혹은 신분 차이의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도구로 전락했고, 무위라는 것이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잉여라는 사회부적응이라는 관점으로 변질되었다. 


그에 대응하여 우리는 이제. 스스로 자신을 포장해야 한다. 우리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말이다. 그 상품이 배송되는 곳은 우리를 필요로 하는 군주(지금의 기업가)이다. 우리는 이들의 눈 에 띄어야 입에 풀칠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 세상의 위치는 덕과 자연스러움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지 오래요. 법 혹은 권세에 너무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그것이 모든 것이 되어가고 있는 것다.


그런데 최근에 생긴 의문이 있다. 


우리 사회가 전체적인 틀로 볼 때 헬조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팍팍하고, 그렇기에 모사의 사고방식으로 법과 권세에 의존하여 부를 쌓아가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라고 본다 하더라도. 그런 룰을 적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만한 아주 일상적이며, 사소한 것에까지 다소 무리하다시피 하여 난세의 룰을 적용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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