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 ㅣ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9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평점 :
1. 넘어서는 안 될 문
나쓰메 소세키의 <문>의 주인공인 소스케는 우유부단한 인간의 전형이다. 누가 보더라도 그는 패배주의에 젖어 있었고, 끈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한심한 인간이었다. 그는 자신이 챙겨야 할 최소한의 것조차 포기했고. 하나뿐인 동생에게 가야 할 몫까지 잃게 했다. 그에게 요오네라는 아내가 있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 신기했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결혼할 수 있었을까?
189. 일은 겨울 밑에서 봄이 머리를 쳐들 무렵에 시작되어 벚꽃이 다 지고 어린잎으로 색을 바꿀 무렵 끝났다. 모든 것이 생사를 건 싸움이었다. 청죽을 불에 쬐어 기름을 짜낼 정도의 고통이었다. 아무 준비도 안 된 두 사람에게 돌연 모진 바람이 불어 둘을 쓰러뜨렸던 것이다. 두 사람이 일어났을 때는 이미 어디나 온통 모래뿐이었다. 그들이 모래투성이가 된 자신들을 발견했다. 하지만 언제 바람을 맞고 쓰러졌는지도 몰랐다.
이것만 봐서는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청죽을 불에 쬐어 기름을 짜낼 정도의 고통이 어떤 고통인지도 모르겠고, 모래투성이가 된 두 사람의 모습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치 않다. 야스이가 누이라고 소개했던 요오네의 정체 또한 그렇다.
확실한 것은 그는 문을 넘었기 때문에, 요오네와 혼인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선택으로 누군가는 일본을 떠났고 말이다.
2. 넘어서지 못한 문
딱 한 번 문을 넘어선 소스케. 그의 젊음과 활발함이 절정에 달했던 순간의 선택은 사회적 규범이라는 기준에서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문이었다.
그로 인하여 나쓰메 소세키의 <문>이라는 작품을 소스케로 하여금 그 이후의 어느 한 지점. 가장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로 추락시켜 독자와 만나게 했다. <문>은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그가 왜 바닥을 기어야 하는가를 설명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소설은 위에서도 설명했듯 정확한 사건의 개요를 알 수는 없었다. 단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
252. "두드려도 소용없다. 혼자 열고 들어오너라." 하는 목소리가 들렸을 뿐이다. 그는 어떻게 해야 이 문의 빗장을 열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수단과 방법을 머릿속에서 분명히 마련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열 힘은 조금도 키울 수 없었다. 따라서 자신이 서 있는 장소는 이 문제를 생각하기 이전과 손톱만큼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닫힌 문 앞에 무능하고 무력하게 남겨졌다. 그는 평소 자신의 분별력을 믿고 살아왔다. 그 분별력이 지금은 그에게 탈이 되고 있음을 분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취사선택도, 비교 검토도 허용하지 않는 어리석은 외골수를 부러워했다. 또는 신념이 강한 선남선녀가 지혜도 잊고 여러 가지로 생각도 하지 않는 정진의 경지를 숭고한 것이라며 우러러보았다. 그 자신은 오랫동안 문밖에 서 있어야 할 운명으로 태어난 사람 같았다. 그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지날 수 없는 문이라면 일부러 거기까지 가는 것은 모순이었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도저히 원래의 길로 다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견고한 문이 언제까지고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는 문을 지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또한 문을 지나지 않아도 되는 사람도 아니었다, 요컨대 그는 문 아래에 옴짝달싹 못 하고 서서 해가 지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 불행한 사람이었다.
소스케는 완전히 항복했다. 종교가 그를 바로 잡아줄 수 있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들른 사찰의 수업들은 그의 정신이 문을 피해서 도망치라고 외친 결과로 행해진 것들이었다. 과거에 이미 넘어선 문. 하지만 예고도 없이 다시 그의 앞에 돌아올 지도 모를 문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어차피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그러므로 그들의 가르침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렇지만 소스케와 요오네의 부부는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여전히 금슬이 좋았다. 서로에 대한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굉장히 의미심장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
덧붙여. 문 앞에서 망설이다가 문을 피하는 존재가 낯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