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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리라
조정현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8월
평점 :
1. 연애소설?
조정현의
<바다의 리라>는 기회가 있을 때 한국 문학을 많이 읽어보자 결심하고 고른 작품이다. 그렇게 고른 이 작품은 사랑에 대하여 말하는
달콤하지만 슬픈 연애 소설이다. 그중에서도 첫사랑에 대하여 말하는 소설이다.
그런데
읽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만이 하나 생겼다. 연애소설인데 대체 표지가 왜 이럴까 싶었다. 왜냐하면, 이 소설의 남자 주인공 유은기의
등장이 너무나 눈부셨기 때문이다. 오디션에서 제 실력을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돌아선 우울한 여 주인공. 주다인에게 나타난 은기는 마치 귀여니의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의 남자 주인공처럼 매력적인 인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다음 작가의 발견. 7인의 작가전 선정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간 전에 이 소설의 161페이지 정도만 먼저 공개되었는데. 만약 그
부분까지만 읽은 독자라면 대체 왜 이 작품이 7인의 작가전 선정작일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거기까지 읽었을 때, 나 역시
이 소설. 끝까지 읽어야 할까 고민했을 정도로 아주 평범한 학원 로맨스 소설이었다.
그런
판타지가 덕지덕지 붙은 로맨스 소설이라는 생각에, 표지까지 이 모양이니 더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자기 매력을 알지 못하는 소녀. 작고
말라빠진 소녀. 연약하고 수줍은 소녀 주다인이 키도 크고 잘 생긴. 그리고 재능도 뛰어난 완벽한 유은기를 만나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은
솔직히 말해서 딱히 특별할 것도 없었다.
2.
연애소설!
조정현
작가의 <바다의 리라>는 다른 그렇고 그런 연애 소설과는 다른 반전의 매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반전 자체도 훌륭했지만, 소설에서는 온전히 서술되지 않은 은기의 삶. 소설의 반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은기가 노력해온 나날에 숨은 마음이
너무나 공감이 갔다. 은기의 삶. 비록, 포장지는 다른 사람의 것이었지만, 내용물은 온전히 은기의 것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그는 그녀를 생각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다.
이
포장지에 얽힌 이야기는 이 소설을 무궁무진한 각색이 가능한 작품으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했다. 그것이 악한 의도로 변질되어
은기와 다인 두 사람 모두를 차가운 늪으로 빠뜨릴 수도 있고, <바다의 리라>처럼 최소한 사랑하는 여자의 빛을 되찾아 주는 결말로
마무리될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둘 다 빛나는 존재가 될 수도 있고 말이다.
나는
은기의 포장지에 얽힌 모든 것들에 공감했다. 은기가 훗날 첫사랑인 다인과 재회했을 때, 그녀에게 정말 완벽한 남자로 보이고 싶고, 또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꽃피울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주고 싶은 어떤 것보다 소중한 것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린
시절 천재 소리를 들을만큼 재능이 뛰어난 존재였지만 지금은 너무나 초라해져서 자신감을 상실한 다인. 그런 그녀의 은기를 향한 사랑이 깊어가면
갈수록 다인은 어린 시절 가지고 있던 찬란함을 되찾아가지만, 반대로 환상적인 은기의 겉모습에 감추어왔던 모습이 서서히 공개되는 과정도 너무
인상적이었다.
새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된 채, 방치되었던 가족도 돌봐야 했고, 사랑도 과거와 어린 나이에 만난 한 천재 소녀의 밝은 빛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 자신의 어둠을 감추는 동시에, 또 자신이 다인에게는 또 하나의 빛으로 보여질 수 있을 정도의 밝은 빛을 다른 통로를 통하여 자가발전
해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3.
<바다의
리라>는 다인과 은기만을 위한 소설은 아니다. 은기와 다인을 상징하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 이야기에도 관심이 쏠리고, 은기를 똑같이 닮은 여인 레이의 마음에도 반했고, 있고, 친오빠를 끔찍하게 사랑하여. 은기가 상처받을 것을
걱정하는 동시에 동생보다 연인을 더 사랑하는 오빠를 질투하는 동생 은서의 마음도 읽을 수 있었다.
4.
<바다의
리라>의 각 장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작은 폰트로 누군가의 내면을 서술하는데. 이 문장이 정말 매력적이다. 다인의 내면을 서술한 문장이
대다수인데. 이것은 이 책을 두 번 읽게 만드는 이유를 만들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