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의 인문학 - 제자백가 12인의 지략으로 맞서다
신동준 지음 / 이담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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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치세와 난세

신동준 선생의 <난세의 인문학>은 치세와 난세를 분리하여, 치세 때의 정치와 난세 때의 정치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간단히 요약하자면, 치세와 난세의 정도에 따라서 덕치(민주주의)와 법치(공화주의)를 적절히 조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88. 천하가 태평할 때는 위정자들이 맹자의 왕도 주장을 좇아 걸간의 승려처럼 면벽수도를 할지라도 크게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천하가 들썩이는 난세의 시기다. 이때마저 현실과 동떨어진 형이상의 탐구에 침잠한 나머지 맹자처럼 '하필왈리' 운운하는 것은 나라를 통째로 적에게 넘기는 짓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조선은 총 한 번 제대로 쏘아보지 못한 채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맹자의 왕도 이념에 기초한 성리학의 폐해가 이토록 컸다.    

2. 치세? No,난세! Yes.

경제 불황의 연속. 부의 양극화.

우리의 인생에 과연 치세의 시기가 있을까?

나는 지금 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 전체에서도 치세보다는 난세가 훨씬 빈번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신동준 선생도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마키아벨리즘을 세상을 뒤엎은 정치 사상으로 평가하는 것과. 맹자의 사상을 공자와 순자의 보다 아래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 그리고 성리학의 폐단을 여러번 강조하는 것으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한편, 난세에 아주 잘 어울리는 후흑학을 소개한다.

83. <후흑학>에 나오는 <면후술>과 <침흑술>. '면후'는 낯가죽이 두껍고, '심흑'은 속마음이 시꺼먼 것을 뜻한다. 당시 이종오는 중국의 전 인민이 면후술과 심흑술을 결합한 후흑술로 무장해야만 서구 열강의 침탈로부터 중국의 독립을 지켜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난세의 인문학>이 추구하는 리더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를 첫번째 조건으로 삼지는 않는다. 리더의 탄생과정은 민주적이 되건 강압적이 되건 그다지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난세에는 의사결정이 빠른 제왕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플라톤의 '철인(哲人, 철학을 함양한 지식인)'이 아니라 후흑학을 공부해서 도무지 속내를 읽을 수 없고, 자연스러운 위압감이 풍기는 강력한 철혈(鐵血)의 리더를 의미한다.

3. 난세에 대처하는 기업의 자세

권력자에게 취업청탁을 받게 되면 기업은 쾌재를 부른다. 그들은 그 순간 바로 '을'의 자세로 자신을 낮추고, 권력자의 부탁을 마지못해 들어주는 척한다. 이 '현대판 음서제'의 모든 원인은 권력자에 있으며, 그들 또한 피해자임을 주장한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기업 입장에서는 권력자의 자식을 자신의 회사에 취업시키는 것보다 더한 이익은 없다. 기업에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혹은 기업에게 유리한 법안은 발의하거나, 불리한 법안은 거부하는 방식으로 그 기업에 보호막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의 딸, 혹은 아들과 같이 하는 편이. 몇  지속적으로 교육시켜야 하는 신입사원 한 명을 뽑는 것보다 훨씬 더 이득인 것은 분명하다.

난세의 기업의 처세술을 여실히 보여주는 기사 한꼭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영악하다. 난세의 개인보다. 난세의 조직이 더 무섭다.

시사저널 기사 전문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66190

양비론적인 측면에서 공평한 사례.

http://pastacafe.blog.me/220454342113

4. 평가는 유보


이 책에 담긴 지식의 방대함에 존경을 표한다. 그것이 지혜가 되지 않고, 술수가 되어서 아쉽긴 하지만... 분명히, 서브 텍스트로 충분히 참고할 정도의 충분한 깊이가 있는 글이며, 미처 몰랐던 중국과 일본 사상의 변화 과정도 소개한다. 특히, 일본 정치사와 관련한 이야기는 처음 접하는 지식이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12인의 사상가를 공부할 때, 들춰볼 날이 분명히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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