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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에 관하여 - 숭고하고 위대한 문학작품에 대한 단상들
샤를 단치 지음, 임명주 옮김 / 미디어윌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난이도 : ★★★★★
1. 못 본 척 지나칠 수 없는 제목
샤를 단치라는 프랑스 비평가가 펴낸 책의 제목은 두 번에 걸쳐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난 해 이맘때 읽은 책이 <왜 책을 읽는가?>, 그리고 이번에 읽게 된 책의 제목은 무려 <걸작에 관하여>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이 형님의 글은 친절한 편은 아니다. 뭐랄까. 발췌해서 옮겨두고 싶은 구절은 꽤 있지만, 그 구절이 오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 그것보다 더 문제는 어떤 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접어들었을 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그냥 휙 하고 지나가는 점(아마 해당 책을 직접 읽었다면 언급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겠지만)은 이 형님의 생각은 책이라는 공간에 완전히 옮겨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차라리 TV강연에서 만났으면 조금 더 친절한 설명을 기대할 수 있으러냐? 싶은 생각도 들고...
224. 걸작 : 남성명사. 문학에서 걸작은 고유의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에 따라 평가할 수 있는 예외적인 책이다. 인물을 가장 대담하게 표현한 걸작은 모두 독창적이다. 걸작이 되는 주제, 걸작이 되는 형식은 없다. 걸작은 인류를 더욱 열정적이게 하는 창작물이다. 이 단어는 '위대한 작품'으로 대체될 수 있다.
이 책은 224페이지에 적힌 이 사전적 정의를 빙자한 단치 형님의 정의로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2. 부유하는 생각들..
사실 썩 만족스럽지 못한 독서에 흥미를 잃어감과 동시에 책이라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세상에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부작용을 2015년에 읽은 어려운 책들이 내게 가르쳐 주었다. 그럼에도 인생의 핵심이 될만한 무언가를 낚기 위해서 끊임없이 낚싯대를 던지고 허탕을 치고 그렇게 반복하는 재미가 '책'이라는 것에 있는 듯 하다. 특히, 소화하기 버거운 책들에...
너무 어려운 작품을 걸작이라는 소리만 듣고 덤비지는 않아야겠다는 교훈을 얻는다. <걸작에 관하여>에서도 살짝 언급하는 바대로 <율리시스>나 <피네간의 경야>와 같이 그저 읽는 것에 도전하는 작품이 있는데, 이러한 작품이 걸작의 요소는 아니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읽는 것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3. 결론, 걸작은 당신의 판단에 맡긴다.
"세계는 나의 표상"이라는 문장에 녹아있는 실존적인 가치관처럼 우리가 만나게 되는 작품이 걸작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되는 가장 합리적인 기준은 개인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므로 읽기 전부터 미리 걸작을 저정해놓고 왜 걸작인지 따지며 읽는 행위, 그리고 어떤 작품에 대하여 철학적, 비평적 기준을 끌어와서 분석하는 행위를 하지 말고 그저 마음이 가는대로 읽고 느꼈으면 하는 것이 <걸작에 관하여>가 말하고자 하는 큰 가르침이 아닌가 싶다.
4. 꼼꼼히 정리해가면서 파악해야 할 책!
너무 늘어지기 전에 다음 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