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명작의 탄생 - 소설이 끝내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것들
이재은 지음 / 강단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난이도 : ★
1. 하고 싶은 이야기 Vs 듣고 싶은 이야기
<명작의 탄생>의 인터뷰에 응한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히 있었다. 작가라는 직업군에 몸담고 있는 사람 뿐일까? 모든 이들이 쓰는 글에는 분명 어떤 의도가 담겨 있다. 단지 보통 사람은 그 의도가 매우 직접적이라는 것 정도랄까? 그러고보면 소설이라는 것은 어쩌면 나의 생각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포장하기 위한 기술일지도 모를 일이다.
가령 <은교>의 작가 박범신 형님은 178. 죽음으로 내몰리는 노시인이 그것에 얼마나 통렬하게 반역하는가라는 메시지가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라고 밝혔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작가 이문열 형님은 133.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던 사람이 다른 집단에 편입해 들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통과의례, 134. 권력과 지식인의 문제를 아이들의 교실을 통해서 다루고 있는 알레고리 소설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대중은 <은교>의 이적요 노인을 보면서 늙어서도 시들지 않는 남성의 성에 대한 욕망을 읽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보면서 왕따 문제의 심각성를 읽는다. 이러한 작가와 독자 간의 간극은 개인적으로는 통일되지 않아도 된다(작가의 손을 떠난 책이므로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생각을 제약할 수 없다. 돈 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가 그 시절에 범람했던 기사문학을 풍자하려고 썼는데, 사람들을 오히려 그 우스꽝스러운 인물에 매료되었듯이)고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최소한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서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알게 된다면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독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터뷰집 <명작의 탄생>은 지금까지는 텍스트와 독자와의 아주 좁은 면적의 마주침을 통해서만 그들의 세계를 읽어왔던 보통의 상황과는 달리. 작품을 읽기 전에 열아홉 작품을 쓴 사람을 먼저 만나게되었고, 그것을 통하여 텍스트의 해석이 아니라 인간의 의도에 귀를 기울여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던 것 같다.
이재은 누님이 주목한 특정한 작품에 관련한 이야기와 더불어 작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읽은 사람으로서의 궁금증과 쓴 사람으로서의 대답이 공존한다. 더 나아가서 작가마다 소설이라는 것은 무엇이다. 라는 부분까지 같이 고민해보고,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어떠한 소설을 쓸 것인지에 대한 생각들도 들어본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작가의 인터뷰는 앞으로 읽게 될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아주 큰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