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의 철학 지도 - 나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인문학적 밑그림
김선희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난이도 : ★

1. 지도

우리는 지도를 보면서 모르는 길을 찾거나. 현재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기도 한다. 그러니까 지도나 사전이라는 것의 기능은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표준으로 수렴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미지의 어떤 곳을 헤매면서 느낄 법한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불안감을 씻을 수 있는 것이다.

현실적인 예가 이럴진대.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그 안에 담긴 세계관은 인문학적 지도의 어디 쯤에 놓인 것인지. 이러한 막연함이 어느 정도인지는 솔직히 가늠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이 책이 세계지도처럼 촘촘히 짜인 그물망의 형태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이 책이 표현하는 지도의 방식은 유토피아, 청년, 고통, 웃음, 집, 우정, 자기고백, 공부라는 8개의 작은 섬에 기본시설을 구축한 정도다. 표준과는 거리가 멀지만, 8개의 주제 제각각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2. 유토피아

유토피아라는 곳을 방문했을 때, 나는 비로소 <만조의 바다 위에서>가 구축한 세계관의 진정한 정체와 마주할 수 있었다. 

세 개의 층위로 이루어진(자치주, B-모어, 차터)에서 주인공은 중간지점에 있었다. 그곳은 타성이 지배하는 곳이었다. 몸이 아프지 않거나 저항하지 않으면 자치주에 떨어지지 않고, 그럭저럭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

이런 세계를 구축한 것은 아마도 누군가의 의지가 작용했을 터인데. 그 의지라는 것을 '유토피아론'에서 찾을 수 있었다. 

34. 최선의 공화국은 일단 섬. 내부는 바둑판과 같은 공간적 구조. 도시의 구획은 작업적 구분에 따라 나뉩니다. 시장, 도축장 이런 식으로 모든 공간이 일의 성격에 따라 나뉘는 것입니다. 공동체를 유지하는 생산의 축은 농업입니다. 나머지는 체계적인 분업 시스템을 통해 운영됩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다 노동을 해야 합니다, 예외가 되는 이들은 학자, 사제, 공무원 뿐입니다. 그러나 노동 면제도 영속적인 것은 아닙니다. 뛰어난 역량을 보인 학자들은 노동을 면제해주지만 그렇지 못하면 다시 노동을 해야 합니다.  

37. 문명과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을 경험했을 노자는 이 경쟁과 폭력의 고리를 끊는 방법으로 소국과민과 같은 새로운 공동체를 제안. 

이것이 기반이었다. 그리고 B-모어에서 차터로 적을 옮긴 리웨이 또한 자신이 계획한 공동체를 꿈꾼다.  그것은 노자의 소국과민의 성격과 닮아 있다. 

이렇게 이창래 형님께서 느낀 한계와 문제의식은 <8개의 철학 지도>의 유토피아의 설명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38. 이 정형적 공간의 안정적 질서는 현실의 모순을 제거한 결과로 여겨지지만 사실 다른 면에서 본다면 이 정형성과 고정성은 새로운 디스토피아, 즉 유토피아의 반대쪽으로 가는 길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유토피아 담론들이 평등을 앞에 내세우지만 이들이 말하는 평등은 제각각일뿐더러 단순하게 이상화할 수 없는 복잡한 성격.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평등을 비롯해 새로운 세계의 이념을 현실화시키고 또 유지하기 위해 소수의 엘리트들이 지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41. 통제 가능한 닫힌계에 대한 상상은 어쩌면 현실에 대한 변혁의 의지라기보다는 현실 도피의 한 양상일 수도. 간섭받지 않는 세계는 동시에 타자를 배제하는 세계. 유토피아에 대한 꿈은 이러한 이중성에 연결, 

결국, 유토피아가 이루어질 수 없는 가장 큰 문제는 절대적인 이상향의 기준은 제각각이라는 점. 그리고 어느 누군가에게 사유화됨으로써 타자를 자신의 아래에 두고, 계급화된다는 점일 것이다.  

3. 유토피아의 현대화

오늘날 디지털 세계의 집약체인 스마트 폰은 개인에게 하나의 유토피아를 제공했다. 패턴을 입력하고서야 진입할 수 있는 화면들은 남들에게 공개되지 않을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이것에 몰입하는 것은 과연 자발적인 의지를 통한 행위일까? 아니면 기술집약적 산업에서 만들어진 도구에 길들여진 것일 뿐일까? 다시 말해서, 스마트 폰에 의해 소외(통제)되는 것일까?

이런 소중한 통찰을 <8개의 철학지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이어간 생각들은 8개 중에 단 하나의 지도에서 이어진 것임을 말하고자 한다. 앞으로 7개의 가정을 방문해야한다. 이 책은 하나의 소스로 읽으면 재미가 없고, 그 주제와 알맞은 책을 발견하면 배가 되리라 생각한다. 

4.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청년의 가능성에 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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