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를 위한 고전철학 가이드
존 개스킨 지음, 박중서 옮김 / 현암사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난이도 : ★

1. '여행자를 위한'은 제목은 다분히 중의적이다. 

이 책은 고대 헬레니즘 시대의 발자취를 찾아 직접 그리스와 터키. 그리고 이탈리아를 방문할. 말 그대로 여행객들을 위한 기본적인 지식을 충족시켜준다. 무엇을 알기 위해서는 형상을 알아야 하는데. 형상을 아는 것은 곧 지식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헬라스의 '폴리스'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할 건축물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아는 것.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유적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함이다.  

또 하나는 고대 헬레니즘 시대에 살았던 대표적으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세계관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 고대 철학가들의 사상을 살펴보기 위하여. 그리고 서양 문학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오디세이아>를 읽을 준비를 하기 위한. 인문학의 '여행자를 위한' 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2. 쉬이 잠들지 않은 새벽에 '대체 왜 하필 고전철학인가?' 하는 물음을 곱씹어본다. 자연스럽게 <일곱 성당 이야기>에서 읽었던 ''완벽했던 과거'로서의 세 번째 유토피아가 다시 생각난다. 유토피아는 이상이다. 그것이 불가능한 것인지 잘 알면서도 항상 그것을 꿈꾼다. 우리는 현재의 팍팍함과 미래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완벽했던 과거를 그리워한다. 

신을 강제로 죽음으로 몰아넣고 힘들게 쟁취한 '실존'. 그것은 우리를 세상에 핏덩이로 태어나게 했고, 맨몸으로 세상과 맞서게 했다. '실존'은 인간의 존재. 인간을 넘어 개개인의 존재에 집중한다. 이처럼 인간에게 과도한 권력을 부여한 실존을 통하여 모든 것을 해방하고, 초월함으로써 자유를 얻은 인간은 극소수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더불어 기도하고, 소원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라진 텅빈 소외를 낳게 한다. 

볼 수가 없기에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저 합리화나 책임회피의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한편으로는 신의 보호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한 현실에 직면한 상황들 때문에 우리가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그것. 그럼에도 최소한의 위로를 줄 수 있었던 유일신의 빈자리는 컸다.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완벽했던 과거의 절대자'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그런 대안적인 부분에서 고전철학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유일신이 절대적인 지위에 올라서서 모든 가치를 획일화시키기 전의 세상. 

신과 인간이 함께 살아왔었던 시기. 인간의 모습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너무나 닮아있었던 신들과 함께 호흡했었던 시대. 나와 다른 신을 모시더라도 어떤 비난도 받지 않았던 것처럼 자유를 인정받고, 한편으로는 절제도 인정받았던. 그리고 나름대로 민주적이었던 바로 이 시대의 향수가 현대의 외로움에 굶주린 인간을 자극하는 것이다. 

3. 그렇다면 본론으로 돌아와서 <여행자를 위한 고전철학 가이드>에서 소개하는 헬레니즘의 고전사상은 현대의 외로운 현대의 인간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가 될 것이다. 음... 어쨌건 '과거의 유토피아'를 인정하겠다는 의미이긴 한데. 그것은 <일곱 성당 이야기>가 바라보는 중세의 복권을 위한 유토피아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위로에 대한 유토피아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이 책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짧은 강의를 통해서 두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양한 인간의 성향을 상징하고 있으며, 호메로스의 글은 이들의 의식과 행위. 그리고 파멸까지 전달하기 때문에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4. 절대적 영구성은 불가능하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사상은 우리로 하여금 유연한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진실을 얻기 위해서 끊임없이 질문하라 소크라테스의 당부는 우리를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 것이다. 

5. 에피쿠로스학파는 스토아학파와 반대로 쾌락을 추구한 학파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읽은 바로는 에피쿠로스학파는 단순히 감각적인 쾌락이 아닌 정신적인 깨달음과 그것을 통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학파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 수 있었고, 그렇기에 상당히 진지하게 삶의 흐름을 성찰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싶다. 

213. 에피쿠로스에게는 신들이 아예 없었거나, 있더라도 우리에게 아무 관심이 없었다. 따라서 우리는 각종 자연현상을 신이 보낸 것이라고 간주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인을 탐색하고 찾아낼 수 있는 자유를 지니고 있으며, 또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삶을 최대한 잘 사용할 수 있는 자유를 지니고 있다. 죽음이 찾아오더라도 우리에겐 아무것도 아닐 것이며 우리가 태어나기 전 우리의 비존재의 영원을 돌아보는 일일 뿐 두렵지 않을 것이다. 

213. 충분한 것조차도 너무 적다고 여기는 사람은 무엇으로도 만족하지 못한다. 

214. 만약 당신이 피토클레스를 부유하게 만들기를 원한다면, 그에게 돈을 더 많이 줄 것이 아니라 그의 욕망을 감소시켜라. 

6. 그 외. 좋은 내용이 많지만. 그것을 다 옮기기란 어렵고(옮기기 뿐만 아니라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따라서 원전(원전번역)을 읽고, 이 책은 그에 해당하는 것을 발췌, 살펴봐야 더 충실한 독서가 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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