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고 -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난이도 : ★

 

1. 이 책은 박경리 선생이 타계한 후 공개되지 않았던 일본에 관한 글들 (1부의 내용)과 언론을 통해 발표된 그녀의 인터뷰 기사, 그리고 다나카 아키라라는 인물이 '한국인의 민족주의'에 관한 비판문에 대한 반론까지 (2부와 3부)를 담아냈다. 

 

2.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소감. 메모해 둔 그대로 옮겨 적어본다. 

 

'단지, 눈으로 문장을 훑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기백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온몸이 오싹해지는 기분.'

 

3. 박경리 선생은 일본이라는 국가의 기원에서부터 격렬한 어조로 잘못된 부분을 꼬집는다. 일본의 고대신화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신국의 허상을 철저히 해부하고, 그 후손으로 받들어지고 있는 천황의 지배 아래에서 통치할 것이라는 믿음을 뜻하는 만세일계와 현인신을 비판한다. 

 

박경리 선생은 일본이라는 나라는 신국이라는 체제 안에 모든 가치관을 복속시켜버리는 국가로 봤다. 다시 말해서, 세계에서 일본 열도로 흘러들어온 모든 사상들. 가령, 불교나 유교 같은 사상. 그리고 메이지유신 시대에 받아들인 서양 문명이 사상 본연의 가치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신국의 통치체제에 맞게 변형, 축소되어 조그맣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박경리 선생은 일본은 유물론적인 기준으로서 실용적이며 현실적인 가치를 따지는 데 탁월한 재주를 가진 국가라고 판단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여기서의 실용성은 신국의 '신'이라는 관념에 많이 치우친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4. 사무라이 정신. 할복. 그리고 세계대전 당시의 카미카제 부대. 이들은 주군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칼을 배에 쑤셔넣는)으로 죽으라 하는 그들의 주군은 누구인가? 먹이사슬을 거슬러 올라가면 신국과 만세일계와 현인신에 닿아있다. 

 

한국인은 한이 쌓이면 울분을 토하지만, 일본인은 안으로 계속 그 슬픔을 밀어넣는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체념하게 되고, 자기를 죽음으로 내몰게 되고, 그로부터 마조히즘을 느낀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박경리 선생은 일본의 문학는 삶의 문학이 아닌 죽음의 문학이라고 이름 짓는다. 선생이 쓴 산고 안의 소제목처럼 그것을 풀어낼 '출구가 없는 것'이다.

 

출구를 찾아서 일본의 근대문학은 크게 요동친다. 선생이 보기에 죽음의 문학은 인간의 삶 자체를 조명하는 문학이 아닌. 욕망의 의식을 바깥으로 끌어내어 관찰하는 문학이다. 관찰의 형태로 사랑과 치정이 구분될 수 없는 모양새로 얽힌다. 자살이 미화된다. 이로부터 탐미주의라는 이름을 가진 장르가 탄생한다. 

 

5. 이 책에서는 탐미주의라 하면서 대표적으로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의 <나생문>, <지옥변> 같은 작품을 예로 드는데. 그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기에, 나는 내가 읽어본  자니자키 준이치로의 <미친 사랑>을 생각했다. 

 

나는 그 작품을 통해서 "그렇게 사랑하면 안 된다. 그것은 사랑은 아니다." 라는 도덕적인 교훈과 ' 욕망을 마음대로 절제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이라는 생각을 얻었지만, 사실은 그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런 미친 사랑 그 자체며, 그러한 행위 자체였다. 

 

그렇기에 작품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선생의 이야기를 곱씹어본다면, 확실히 탐미주의라는 장르는 도덕적 관념을 무시하는 경향이 짙고,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에 기인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탐미주의로부터 우리는 인간의 더러운 욕망을 발견하게 될 뿐인데. 이러한 욕망을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용인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으로까지 발전한다. 변증법의 구도로 봤을 때, 도덕(선)과 욕망(악)은 서로 부딪히면서 나아감을 모색해야 하는데, 그것에 이르지 못한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59. 사람은 아니 모든 생명은 태어난 이상 살아야 한다. 그러나 살기 위하여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예술도 삶의 투쟁, 삶의 인식, 삶의 조화 그 모든 삶에 수반되는 엄청나게 거대하고 신묘한 본질적 삶의 교향악 위에서 군림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예술은 삶의 추구며 방식이다. 


70. 역사는 시작되었고, 근세, 반세기 동안 약자는 삶의 터전을 잃었으며 국토가 유린당하고 민족이 살육당했던 제국주의 식민시대 죽지 않기 위해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우린 민족주의 반일사상의 불꽃을 간직해야만 했다. 


그러나 광복 후 과연 민족주의 반일사상은 쓸모없이 되었는가? 그렇지 않다. 세계의 현실은 여전히 약자의 호주머니를 강자는 털어내고 있으며 아흔아홉 섬의 곡식을 가진 자가 한 섬 가진 자로부터 빼앗아 백 섬을 채우려는 이것이 오늘날의 민족과 민족 간의 현실인 것이다. 


뿐인가, 영토의 침략보다 더욱 악성인 것은 땅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장본인은 누구인가. 이득을 많이 챙기는 자다. 많이 벌어들이는 만큼 땅을, 지구를 파괴하고 황폐를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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