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이도 : ★★☆

 

1. 진실을 찾아가는

 

이 소설은 묘한 구석이 많다. 이 소설의 서사가 독자에게 그다지 친절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 묘함을 만들어내는 첫 번째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소설은 9살 소년인 오스카의 1인칭으로서 대부분 이루어지지만, 그의 할머니 혹은 할아버지가 쓴 다른 1인칭의 글이 예고도 없이 번갈아 등장한다.

 

게다가 이 접점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독자가 알 수 있는건 오스카의 아버지는 9 11 사건 (오스카의 나이 7살)으로 사망했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는 새로운 남자친구와 시시덕거리고 있다. 정도뿐이다. 이것은 일인칭 화자인 특이하면서도 영리한 오스카의 시야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최대한의 영역이다. 

 

온통 수수께끼투성이다. 그러한 모호한 상황에서 어떤 장면을 각인시켜주는 부수적인 기능이 있다. <나에게 일어난 일>이라는 오스카의 사진첩에서 뽑아낸 사진들이다. 주인공인 오스카가 아버지가 남긴 열쇠의 자물쇠를 찾기 위해 떠돌았던 기간 동안 사진기에 담아낸 사진이 실제 사진의 모습으로 현상되어 여러 페이지에 걸쳐서 나열되어 있다.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오는. 아주 멀리 떨어졌다고 생각했던 이야기의 접점은 '상실과 부재' 그리고 '극복' 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하나로 합쳐진다. 연인을 잃은 남자. 연인을 잃은 여자. 아버지를 잃은 자식. 자식을 잃은 부모. 그리고 또 다시 아버지를 잃은 자식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2. 너무나 인간적인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혹은 하고 있을 때. 또는 하고 나서. 그 행동에 대한 모든 이유와 절차와 결론을 상대방. 특히, 가족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럴 수는 없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몇 분간의 순간이 불러올 파장을 예측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마주했을 때도.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잘못으로 인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으므로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겠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말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상대방에게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많은 것 같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두려움을 피하고 싶어서 내린 순간의 선택이 오해를 낳고, 그러한 오해로 인해 갈등이 쌓여버린 장면으로부터 되돌리기 버튼을 누름으로써 소설이 시작되었다. 

 

그들에게 두려움을 가지게 한. 다른 시기에 일어난 같은 성격의 사건 (개인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911 테러와 드레스덴 폭격)이 끼친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서 개인들은 어떤 고통을 겪고, 어떻게 후회를 하고, 바로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했는지에 관해서 들려준다. 

 

문제는 무엇인가? 에 대해서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에." 라고 답하는 것은 간단하고 모범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솔직하지 못했음을 고백하고, 뉘우치고 다가서는 과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음을 <엄청나게 시끄럽게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통해 깨닫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솔직히 인정하기는 싫지만, 인간적인 부분이 아닌가 한다. 

 

이렇게 보면 포어의 서사가 왜 독자에게 친숙하지 않은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것. 즉, 구구절절하지 않음. 하지만 그것에서 믿음을 발견하는 것이 바로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3. 확실히 이해되지 않는 몇 가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모든 것을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퉁치고 싶지만. 그래도 여전히 알고 싶은 몇 가지가 있다. 

 

80. 그런데 왜 엄마가 갑자기 나에 대해서 잊어버리기 시작했을까? 자물쇠를 찾으러 아파트를 나설 때마다 아빠에게 더 가까워졌기 때문에, 내 기분은 조금씩 더 가벼워졌다. 하지만 엄마한테서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동시에 조금씩 더 무거워졌다. 

 

- 오스카는 부츠가 무거워진다고 했다. 왜 그의 부츠는 무거워졌을까? 엄마와 아빠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기분 때문이었을까? 

 

- 스티븐 호킹의 편지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371. 나는 내 삶을 문자로 분해했어, 사랑은 "5, 6, 8, 3"을 누르고, 죽음은 "3, 3, 2, 8, 4"를 눌렀어, 고통을 기쁨에서 빼면 무엇이 남을까? 내 삶을 합산하면 뭐가 나올까?

 

- 토마스 할아버지가 그녀에게 누른 전화번호의 의미는 무엇일까? 숫자에 담긴 의미보다는 자신의 사랑을 그것으로는 표현하지 못한다는 애절함을. 다이얼 소리로 묘사한 것일까? 그 다이얼 소리 때문에 그가 말하지 못하는 것이 더욱 아프게 느껴졌다.

 

- 터키 죄수 크루트 슐루터에 관한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인가?  

 

- 아버지의 꽃병 안에 들어있는 열쇠. 소설의 갈등을 풀기 위해 등장하는 열쇠는 가족 간에 좀 더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에 후회하고 있는 가족의 풍경이 오스카의 가족뿐만 아니라 블랙 씨의 가족에게도. 그리고 세상의 모든 가족에게 벌어지는 모습이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었을까? 

 

- 엄청나게 가깝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무엇일까?  

오스카를 압박하는 트라우마는 엄청나게 가깝게 다가오지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까이 소통을 해야 한다는 의미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