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 - 신화에서 찾은 '다시 나를 찾는 힘'
구본형 지음 / 와이즈베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1. 판도라의 마음 상자

 

최초의 여인 판도라. '모든 선물을 다 받은 여자'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그녀는 제우스가 인류에게 설치한 덫이었다. '미리 보는 자'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불'을 선물한 것에 대한 대가로 제우스는 신들과 모의하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인 판도라를 창조한다. 

 

그녀는 아테나로 하여금 직물 짜는 법을, 아프로디테로부터는 아름다움과 고통스러운 욕망, 그리고 사지를 나른하게 하는 교태를, 헤르메스로부터는 거짓과 속임수라는 설득력을, 아폴론으로부터는 음악을 받았다고 한다.

 

인간 세상으로 내려온 그녀는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인 '나중에 알게 되는 자'인 에피메테우스에게 선물로 보내진다. 프로메테우스는 동생에게 제우스를 경계하라 이르고, 신비의 상자를 건네며 절대로 열어 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그것은 인간 세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쓸모가 없는 것들을 모아둔 상자였다. 그런데 형의 말을 새겨듣기에는 판도라가 너무 아름다웠다. 그래서 에피메테우스는 형의 경고를 무시하고 판도라를 아내로 삼는다. 남자는 그러하다. 이것은 남자의 법칙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생활을 이어가던 중. 판도라는 그 상자에 대해서 궁금증을 품게 된다. 결국, 그녀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신비의 상자를 열어 보게 된다. 그 순간 상자에 갇혀 있던 불순한 것들이 세상으로 번졌다. 깜짝 놀란 판도라가 황급히 상자를 다시 닫았지만. 모든 불행의 원인들이 세상으로 떠나가고, 마지막 남아있던 '희망'이라는 이름의 불순물만이 상자 속에 남아있게 되었다. 희망만이 사라진 세상이 마침내 도래하였다.

 

2. 마음 상자에 담긴 것들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에서는 판도라의 상자에서 해방된 악한 것들을 다룬다. 상자에서 빠져나간 악한 것들은 또 다른 신화와 어우러져 인간에게 다시금 되돌아온다. 한편, 판도라의 마음 상자에서 해방된 것들은 아래와 같다. 

 

시간, 애욕, 변화, 자아에 대한 무지, 자기애, 배고픔, 분노, 혐오, 무익하고 희망이 없는 일을 반복하는 것, 아름다움의 유혹, 허영, 거짓말, 탐욕, 집착, 과도함과 지나침, 오만, 비웃음, 골육상쟁의 피, 잔혹함, 폭력, 운명, 불복종, 실타래, 사유의 불능, 이별, 탯줄(의존), 교활함, 복수의 칼, 불균형.  

 

3. 부정적인 것을 통한 긍정적 변화를 꾀함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나 심리학자 칼 융은 인간의 내면에는 바닷속 동물처럼 수많은 정신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 정신은 서로 자아를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고 한다. 이 내면의 다툼들은 '유치하고 기괴하며 비도덕적이다.' 신화는 가면 너머 존재하는 인간의 붉은 욕망들의 다툼을 야생의 언어로 생생하게 들려준다. 그리하여 '꽃처럼 피어나는 그 솔직함과 진실함 앞에 기만에 찬 무리의 삶을 돌아보며 얼굴을 붉히게 만든다.' 만일 우리가 서로 다투는 이 원형질의 욕망들을 잘 판독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자아에 대한 새로운 시계를 확보함으로써 건강한 자기경영의 진보가 가능할 것이다."

 

'자기계발을 위해 책을 읽는다. 혹은 책을 읽음으로써 자기계발을 한다.' 처럼 얼핏 같아 보이지만 다른 의미를 가진 질문 사이에서 구본형 작가는 적절한 균형을 잡는다. 작가는 신화를 독자에게 들려주고, 거기에 덧붙여 자신이 공부해온 인문학적 개념을 추가한 뒤, 그것으로부터 깨달은 자기경영의 정수를 마지막에 덧붙이는 방식으로 신화를 읽어나간다. 

 

"신화는 인간을 벗긴다. 아무것으로도 가려지지 않은 인간의 원시를 보여준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는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날것들을 신에게 뒤집어씌운 이야기다. 동시에 인간의 미욕과 통찰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신화는 인간의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이며, 상징을 통해 벌거벗은 인간이 무엇인지를 들려준다." 

 

그래서 신화는 단순히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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