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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돌아오는 곳 ㅣ 창비청소년문학 52
존 코리 웨일리 지음, 이석연 옮김 / 창비 / 2013년 8월
평점 :
난이도 : ★★★
1. 소설의 구조
이 소설은 하나의 사건과 그 사건의 일어난 원인. ( 동생 가브리엘이 갑자기 행방불명된 과거의 시점)과 사건 후의 사람들의 모습 ( 가브리엘의 형인 주인공 '나' 컬린 위터의 눈으로 바라보는 자신과 가족과 주변인들의 심적 고통)이 병렬구조로 서서히 확장되어가는. 쉽게 말하자면 그런 효과를 통하여 의도적으로 작가의 메시지를 부각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그런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모든 사건의 이유를 나중에 공개하는 이와 같은 구조는 상당히 중요한 설정으로 보인다. 가브리엘이 행방불명 된 이유가 최대한 나중에 공개되어야 한다는 점은 실제로 소설을 읽어보면. 소설을 유기체로 봤을 때, 그것으로 인해 이 소설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40페이지 남겨두고 예상한 '설마 그럴리가 싶었던' 어처구니 없는 이유가 어처구니없게도 정말 적중해버려서 살짝 김은 샜다.
이러한 어처구니 없음은 하느님의 왼손'이라는 은유적인 상징을 직유로 해석한 한 인간. 부모와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이 이루고자 한 길을 향해 걸음을 옮겼던 인간이 지금껏 이루어놓은 성과가 모두 헛된 것이 되고 말았다는 다소 허무한 결말로 정리된다.
2. 희망을 잃어버린 도시에 사는 염세주의 소년
전체적인 배경이나 인물들의 이미지는 상당히 칙칙하다. 하물며 소설의 첫 문장이 "나는 열일곱 살 때 처음으로 시체를 보았다."였으니 오죽할까? 게다가 그 시체가 다른 사람도 아닌. 그의 사촌 형이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것이 돌아오는 곳>이라는 소설의 제목 또한 참으로 역설적으로 들린다.
그런데 생뚱맞게 이처럼 죽음의 기운이 만연해 있고, 희망도 없이 허물어져 가는 '릴리'라는 지역에 희귀동물. 나사로 딱따구리가 살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들어온다. 지역 사람들의 신경은 온통 그것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서 돈을 벌 궁리에 쏠린다. 햄버거 가게의 메뉴에 딱따구리 이름이 들어가고, 호텔 이름도 갑자기 나사로로 바뀌어버리고, 미장원을 운영하는 주인공의 어머니도 마치 모히칸 스타일을 연상케하는 딱따구리 헤어스타일을 유행시켜서 웃음을 제공한다.
물론, 우리의 주인공. 염세주의자 이자 중2병 환자인 컬린 워터와 그의 친구 루커스 케이더에게는 그런 사실이 크게 환영받거나 중요하게 생각할 만한 사건은 아니다. 그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나사로 딱따구리 따위가 아니라 연애와 우정이고, 동생이 사라진 이후부터는 동생의 행방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사실, 컬린 워터라는 소년은 이렇게 진한 가족애를 풍기는 성향의 인물은 아니었지만, 그의 심경은 동생이 왜 사라져 버렸는지 모르겠다는 심리적 압박이 가중될수록 더욱 동생을 그리워한다. 그의 어머니 또한 나사로 딱따구리의 존재를 기원하며 상업 활동에 매진하긴 했지만, 그녀 역시 사라진 가브리엘의 행방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가족들의 내면을 읽어내고 공감하는 것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3. 가브리엘은 왜?
그것은 한 남자의 시기와 질투에 의해 일어난다. 물론, 한 남자는 가브리엘이 신화에 등장하는 가브리엘과 같은 이름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것은 운명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저 변명일 따름이다. 자신의 탐욕을 숨기고 싶은 마음에 아무 말이나 내뱉은 추함의 증명이다.
4. 모든 것이 돌아오는 곳
신화와 전설에 대한 부정적이며, 허구적인 측면이 부각되면 될수록 가족과 우정의 그리움과 사랑의 크기는 커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무신론적이다. 즉, 추상적인 것이 무형의 존재가 사라지는 대신 인간과 가족에게 필요한 요소들이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