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랑 세계문학의 숲 32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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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소설에서는 나오미라는 팜므파탈의 매력을 가진 여인이 등장한다. 일본 탐미주의 문학의 상징으로 불리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당연히 나오미가 풍기는 매혹적이면서도 성적으로 은밀한 아름다움이었다. 

 

작가와 동일시되는 일인칭 화자인 가와이 조지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장미를 대하듯이 나오미의 아름다움을 탐닉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치명적인 가시에 찔려 아파함으로써 아름다움의 실체는 형상화된다. 조지는 가시에 찔린 상처를 보듬을 겨를도 없이 계속 자신을 할퀴어주기를 갈구한다. 자기를 떠나지만 않는다면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를 마쳤다. 조지에게 있어서 나오미란 존재는 그러했다. 

 

2. 나오미. 그녀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이 추종했던 모더니즘의 그늘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들이 일제강점기의 시련을 겪을 동안. 그 당시 일본에는 그들을 강하고 부유하게 만들어준 서양문물에 대한 사대주의가 번성하여 모든 가치의 우선순위를 서양의 기준에 맞춰버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세태는 그들이 즐겨 쓰는 '하이칼라'라는 상징적인 단어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겉으로는 낮잡아 부르나 모든 사람들이 하이칼라를 추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이처럼 전 사회가 사대주의 풍토에 길들여져버렸고, 뿌리 깊은 사대주의 덕분에 조지의 작은 키와 고르지 못한 치열, 그리고 황인종 특유의 누렇고 가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것에 대해서 심각한 컴플렉스가 생겼다. 

 

따라서 그는 서양인같이 하얀 피부와 고른 치열을 가진 나오미의 모습은 자신이 추구해야 할 이상향처럼 생각되었을 것이다. 그 순간, 조지는 자신이 가진 풍요로운 재산을 무기로 그녀를 성장시키고 소유함으로써 대리만족을 추구하려는 마음을 먹게 되었고 말이다.

 

3. 결국, 나오미의 음탕한 기질은 처음부터 자신의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녀에게 접근한 조지가 불러온 자업자득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소설 사이에는 그녀의 출신 성분에 관해서 문제를 삼는 부분이 여러번 나오는데, 그것은 자신의 욕망이 잉태한 것에 대한 책임을 다른 곳에 돌리려는 수작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4. 개인적으로 <미친사랑>의 사랑이야기는 작가가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어처구니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경험으로도 알고 있다. 내면의 아름다움보다 외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다가 비극을 맞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으면서도 익히 깨달은 바도 있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 역시. 나오미와 조지의 방식처럼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적인 의미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래서는 안 될 사랑이라고 말하는 작가이자 화자 자신은 끝까지 책임져버리니 어떤 면에서는 무식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용감하다고도 할 수 있다. 어쩌면 그래서 이 소설의 원래 제목이 미친 사랑이 아니라 바보의 사랑이면서 미치광이의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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