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펭귄클래식 7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진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1.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청춘은 아름답다고.

 

2. 여기 이 소설에서는 유난히 아름다운 한 사람의 청춘이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도리언 그레이라고 한다. 그의 청춘은 청춘의 시기가 찾아옴으로해서 점점 아름다워졌고, 또 생김 자체도 아름다운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아름답다는 것을 여태껏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마치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안경 쓴 평범한 여인의 안경이 불의의 사건으로 벗겨졌을 때, 그 여자 앞에서 방심하고 있던 사내들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충격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아마도 그는 자신의 매력을 알게 되었을 때 그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3.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가 가진 아름다움(청춘의 아름다움. 외면적인 아름다움)에 너무나 취해버린 나머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많은 아름다운 것을 볼 여력을 만들어낼 자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도리언이 아름다움과 쾌락에 탐닉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헨리 경의 탐미주의 사상이 크게 작용했다. 도리언은 무엇에 홀린 듯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을 경청했다. 헨리의 사상을 단순히 받아들인 것을 뛰어넘어서 아예 극단적으로 쾌락을 추구하는 삶을 살았다. 그러므로 자신의 아름다운 청춘이 끌어들이는 유혹들을 통제하지 못한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된 사람은 헨리 경도 바질도 다른 누구도 아닌 도리언 그레이 자신의 몫으로 남겨져 버렸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도리언은 자신의 쾌락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끼친 데 대한 책임을 유예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바질의 욕망(동성애적인)이 투사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 초상화는 도리언이 짊어져야 할 책임을 대신 짊어진 채,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꼭꼭 숨겨두고 있었다. 그 덕분에 도리언은 그가 저지른 잘못을 느끼고 반성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따라서 초상화의 역할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초상화가 도리언의 책임을 유예한 방패막이가 된 것은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도리언을 이런 존재로 설정해버린 그들(바질과 헨리 경)의 책임에서 기인한다. 다시 말해서, 도리언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자기가 자신의 존재를 각성하기 전에 바질과 헨리 경에 의해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존재로 각성 당해야만 했던 부조리한 인식이 만들어낸 산물인 것이다. 게다가 늙고 싶지 않다는 욕망은 도리언 자신의 욕망이기 이전에 이토록 아름다운 초상화를 간직하고 싶어했던 타인의 욕망이기도 했던 것이다.  

 

결국, 도리언의 아름다움은 자신이 먼저 인지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타인의 눈에 아름답게 보여야 할 무언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 대부분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늙고, 자신이 살아왔던 이력이 얼굴과 신체에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순리였지만, 도리언의 얼굴은 타인의 기대를 업고 순리를 거스르고 예전의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헨리 경이 궁금해했던 젊음의 비결이란 다름 아닌 타인의 눈에 아름답게 보여야 할 의무와 그렇게 보이길 원하는 욕망이 담겨진 또 다른 그의 얼굴(초상화)과 자신의 원래 모습 간의 모종의 역전현상 때문이었던 것이다. 초상화에 그려진 얼굴이 진정한 자신의 얼굴이요. 현재의 젊고 아름다운 그 얼굴은 초상화에 남아있어야 했던 자신과 타인의 욕망이 깃든 얼굴인 것이다. 

 

이 초상화를 보면서 요즘 사람들이 꿈꾸는 성형을 통한 아름다움이 이것과 비슷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타인의 눈에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욕망과 그러한 시선을 즐기며 느끼는 쾌감은 수술을 통해 주입된 성형외과 의사의 욕망과 자신의 욕망 덕분에 좀 더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서 만들어지고. 이러한 만들어진 외적 아름다움과 비교할 때, 자신의 원래 가지고 있던 모습과 내면의 아름다움은 상대적으로 더 늙게 느껴지고, 추해 보이고, 난폭한 모습으로 인식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봤다. 

 

4. 따라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라는 작품은 청춘의 시기에 깃든 아름다움의 이면에 존재하는 유혹당하기 쉬운 나약한 시기라는 어둠을 부각시켜 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여서 그러한 유혹으로 인한 무분별한 방종과 무절제한 쾌락주의에 대한 경고로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아름답지만 깨지기 쉬운 청춘의 불완전함을 인식하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성과 더불어 삶에 대하여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할 필요성을 주장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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