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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탐정 설록수
윤해환 지음 / 씨엘북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1. 우리는 NG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한다. 그런 환상을 깨트리는 TV나 라디오 도중 발생하는 몇 초간의 방송사고는 쉽게 용납할 수 없는 것들이 되었다. 대중의 목소리가 지배하는 인터넷 세상에서도 우리는 사진 하나, 글 하나를 올리더라도 가장 자신 있고 멋져 보이는 그림과 글을 올려야 한다. 무분별한 신상 털림을 방지하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행동했던 두려움들은 암묵적인 룰을 깬 자들에게 분노를 화살을 날렸다. 나는 그렇게 못 하는 데, 어떻게 너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냐며...
77. 트위터 참 신기했습니다. 프로필에 딱히 뭐라고 써놓지 않아도 금세 친구가 생겼습니다. 실생활의 저는 재수생에 별 볼 일 없는 놈인데도 사람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금세 만 팔로워를 달성했고, 트위터에서 영향력 있는 일반인 5위 안에 들었습니다. 의기양양해졌습니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재수생이라도 이 세상을 사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2. 현실은 여전히 시궁창스러운 빈틈투성이인데 반해, 트위터의 타임라인이라는 가상 공간은 팔로워를 많이 가진 자가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완벽한 공간이 되었다. MMORPG 게임의 공간 또한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높은 레벨을 올린 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현실의 불완전함과 가상의 완벽함의 간극 사이에 생긴 괴리감은 엄청나게 커졌다. 그래서 이제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 죽음을 맞이할 때가 되었다. 현실과 가상 현실 중에 누가 먼저 목숨을 내놓을 것인가? <트위터 탐정 설록수>의 사람들은 현실에게 이제 그만 눈을 감으라고 소리친다. 외로움에 부르르 몸을 떠는 가운데 쉽게 안락함을 느끼고 싶은 인간은 불완전한 현실을 한쪽으로 밀어버리고, 완전함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상 공간에서 현실을 재창조한다. 그리고 자신도 재창조한다. 그리고 팔로워라는 추종자를 모집한다. 꾸준히 레벨을 올린다.
3. 현실의 토실여왕은 시티헌터와 결혼해서 이제는 한 가정에 충실한 유부녀였지만, 가상의 토실여왕은 팜므파탈이었다.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그렇게 되었다. 팔로워 캡틴거북이 그렇게 느낀 이유는 그녀의 가상 세계에서 만들어 놓은 완벽한 이미지 덕분이었다. 캡틴거북이 현실을 죽인 후 들여놓은 새로운 안락한 공간에 그녀의 행복의 충만함과 웃음소리가 가장 크게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318. 눈물이 나는데, 너무나 화가 나는데 타임라인 속의 나는 웃고 있었다. 타임라인 속의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새로운 트윗을 올리고 있었다.
도대체 저건 누구지. 저 웃고 있는 캡틴거북은 누구지
4. 하지만, 우리는 이 가상과 현실의 역전현상을 인터넷 차단기를 내리듯이. 휴지 한 칸을 툭 하고 끊어내듯이 끊어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설록수의 말마따나 허무해져 버렸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가상의 인간관계가 현실로 이어져서 현실의 누군가를 살인에 이르게 하는 장면은 <설록수> 소설의 에피소드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의 사회에 당면한 실제상황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그 사건이 심각한 의미를 지닌 사건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332. 가장 허무한 건 무엇인지 아는가? 이런 일이 생기더라도 사람들은 아, 그런 일도 있었나요? 하며 남의 일로 생각할 것이라는 게야. 아무렇지 않게 이 이야기를 들으며 핸드폰을 들어 게임을 하겠지. 트위터에 카카오톡에 블로그에 페이스북 담벼락에, 포스트고 댓글이고 답글이고 멘션 따위를 올릴 거고, 그리고 그 안에서 가짜일지도 모를 반응과 관심을 기대하고 사랑을 꽃피우길 기대할 것이야. 지금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주변을 둘러보게.
5. 윤해환 작가는 이러한 실제 사건들을 살펴보며 사이버 공간을 아주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80. 어째서 제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요. 왜? 내가 예전과 달라진 게 뭔데? 달라진 것이라고는 팔로워 숫자뿐이데?
6. 이제는 죽음을 권했던 현실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하여야 한다. 설록수의 말처럼 주변을 둘러와야 한다.
130. "행복은 행운의 결과물 따위가 아니라네. 행복은 말이야.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따르는 별책 부록이야. 그러니 로또 따위는 잊어. 잊고, 눈앞의 사건에 집중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