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문장론 -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하여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현재 이 시점에서 이 책을 찾을 사람들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 그 사람들이 누군지 고민하지 않아도 바로 떠오를 것이다. 분명히 책을 읽는 행위를 좋아하거나 책을 모으는 행위를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다. 책에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작은 해답을 찾길 바라는 사람일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문장론이니까 나처럼 블로그의 문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비법을 얻길 바라는 사람일 것이다.  

 

118. 독서란 자기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대신 생각해 주는 것이다. 우리는 그 사람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좇아가는 것에 불과하다. 

 

2. 안타깝게도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문장론>은 독서를 좋아해서 이 책을 펼쳐 든 사람에게 냅다 날카로운 비수를 던진다. 두 사람은 (특히, 쇼펜하우어) '독서의 즐거움'과 '좋은 문장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좋은 문장이라는 것은 자기 스스로의 사유를 통해 만든 순수하고 소박한 성격의 문장이라고 정의하기 때문이다. 정의에 따르면 어느 것의 힘도 빌리지 않고, 순수하게 경험적인 측면에서만 좋은 문장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는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정작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사유해야 할 시간은 사라진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결국,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책을 읽는 즐거움 보다는 생각의 깊이를 날카롭게 벼리는 것이라는 거다. 

 

3. 사람을 가장 빠르게 변화시키는 것은 한 권의 좋은 책을 읽는 것이라고 누군가 이야기했던 기억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만약, <문장론>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그 주장을 이 문장에 대입한다면 상당히 비극적인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인생의 변화를 불러오는 한 권의 책이라는 것이 우리가 평소에 입고 벗는 의복 같은 개념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를 들면, 클럽에 갈 때는 클럽 분위기와 어울리는 복장을 입고. 결혼식에 갈 때는 결혼식 복장. 놀이동산에 놀러 갈 때는 캐주얼 복장. 등산할 때는 등산복. 이렇게 분위기에 맞는 옷을 입는 것처럼 책을 무조건 타인의 사상이 담긴 것으로만 생각하고 읽는다면 독서 행위 자체가 상당히 우려스러워진다.  

 

4. 그런데 나는 자신의 사고와 문장자의 사고를 분리시키는 것쯤으로 독서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비록, 상황에 맞게 입고 벗는 껍데기 같은 의복의 기능을 어느정도 담당하고 있을지라도 내가 생각하는 의복의 본질적인 개념은 그들의 생각과 다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우리의 몸을 날카로운 것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바로 의복이다.

 

독서는 흘러가는 대로 살지 않게 하는 보호막의 역할을 첫 번째로 담당한다고 생각한다. 

 

5. 그리고 책은 타인의 사상이 담긴 물건이라서 그것과 내가 아무런 관련성을 맺지 못하는 존재가 아니라 책을 통하여 생각을 끌어올리는 펌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양서일수록 그 책을 읽으며 상호작용하는 정도가 커지고 딸려나오는 생각도 많아질 것이다. 

 

책을 읽고 우러나는 생각을 영원히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최대한 그것을 보존하려 노력한다면 그렇게 우러난 생각은 내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니체도 책에서 말하고 있지 않은가? 여행자의 다섯 단계를 말이다. 우리는 책을 여행하면서 꾸준히 다섯 번째 등급의 여행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6. 그러니까 이 책을 읽는 나의 소감은 쇼펜하우어보다는 니체의 이야기가 더 와 닿았다는 말이다.

 

163. 여행자에게는 다섯 가지의 등급이 있다.


가장 낮은 등급은 여행하면서 관찰의 대상이 되는 자들이다. 그들은 본래 여행의 대상이며 흡사 장님과 같다.


다음 등급은 실제로 여행을 구경하는 자들이다.


세 번째 등급은 여행자는 관찰의 결과로 무언가를 체험하는 자이다.


네 번째 등급의 여행자는 체험한 것을 체득해서 몸에 지니고 다닌다.


마지막으로 최고의 능력을 지닌 몇몇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관찰한 것을 모두 체험하고 체득한 뒤 집에 돌아온 즉시, 또한 체험하고 체득한 것을 행동이나 일에서 반드시 발휘해나가야 한다. 


인생의 여로를 걷는 모든 인간은 이 다섯 종류의 여행자와 같다. 가장 낮은 등급의 인간은 전적으로 수동적으로 살아가고, 가장 높은 등급의 인간은 내면적으로 체득한 것을 남김없이 발휘하며 행동하는 자로 살아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