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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의 꽃 1
신경진 지음 / 문이당 / 2013년 4월
평점 :
1. 이 소설을 읽은 많은 이들이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다. 김진명 작가의 스타일이 보인다는 거.... 혹자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이야기하는 것 같던데. 나 같은 경우엔 <신의 죽음>이 떠올랐다. 현무첩이라는 상징을 움켜쥐려는 사람들이 표출하는 욕망과 권력의 서사는 <중화의 꽃>의 중화의 꽃이라는 메타포로서 고스란히 재연된다.
김진명 작가처럼 신경진 작가도 한 중 일이 가진 군사력에 기초한 사실적 대외관계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데 능한 소설가였다. 그리고 소설 속의 여러 가지 신비로운 이야기나 역사적 사실을 읽으면서 단순하게 꾸며낸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검색해보고 나서야(사실관계를 일일이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확인한 몇 가지로 봤을 때) 그것이 팩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연히 소설의 재료 설정은 거짓이겠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았다.
이와 같은 김진명 작가와의 동질성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읽으면서 신경진 작가 특유의 개성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것은 실제 자료나 미스터리 학설의 조사도 조사거니와 동양과 서양의 철학의 핵심 이론을 자유자재로 차용한다는 점과 문학 작품에 담긴 은유를 빌어서 장면을 묘사하는 경우들이었다.
2. 이러한 치밀한 자료와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핵미사일과 그것을 견제하는 삼국. 아니 북한까지 포함하여 사자 간의 역학과 전망을 매우 통찰력 있게 담긴 소설이 만들어졌다. <중화의 꽃>에서 그려지는 한국의 모습은 경제력이 크게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군사적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언더독의 모습 그대로였다.
마치 한국의 포지션은 개화기 때 조선과 같은 느낌이고,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초능력자는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인 사람들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한국소설이라 당연히 그렇겠지만 언더독의 한국이 중국과 일본에서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것을 차지한다는 민족주의적 서사가 보였다는 점이다. 그것 또한 김진명 작가의 것과 유사했다. 소중화의 정신에 들어맞는 그런 것처럼 말이다.
257. "울트라의 사전적인 정의는 '정치에서 극단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이야. 특히 좌익 진영의 극좌파를 일컫는 말이네. 나는 말이야, 가끔 나 자신이 울트라가 아니었나, 의심하고 있어. 좌익은 아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부정할 수 없는 극단주의자였어. 이데올로기와 시스템이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거라고 믿었지. 군인이었던 내게 패배는 곧 죽음을 의미했네."
3. <중화의 꽃>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말은 아마도 '울트라'의 존재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리라. 울트라가 될 위험이 찾아오더라도 될 수 있으면 슬기롭게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울트라는 니체의 초인이나 노장사상의 무위 같은 거창한 것들이 아니었다. 울트라는 무위가 아니라 무소불위의 권력이었고, 쉽게 말해서 극단주의자였다. 예를 들자면, 역사상 수많은 전제군주들이 바로 울트라였고, 대표적으로 히틀러나 무솔리니. 그리고 북한의 김정은 같은 독재자라고 볼 수 있다.
울트라는 자신의 생각대로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한다. 이 소설에서 묘사되는 울트라는 심지어 컴퓨터의 연산보다 정확한 경우도 있었다. 그들은 인간을 초월한 존재이고, 그러므로 완벽한 존재라는 착각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이 뿜은 파괴력에 따른 비극은 모든 지구촌의 사람들에게 전가되고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울트라의 판단 또한 우주의 질서라는 커다란 기준에서 봤을 때, 오류가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신의 주사위가 틀렸듯이 말이다. 즉, 오류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오류가 일어남을 모르는 것이 무서운 것이었다. 100%라는 확신에서 발생하는 집중이 형성하는 탐욕의 힘과 그 실제가 100%가 아님으로서 어긋나는 모든 것들이 말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오류로부터 울트라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울트라 밖에 없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설정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울트라적인 그들의 성향이 내포한 공격성은 사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억제될 수 있었고, 앞으로도 그 안에서 지켜지리라 예상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