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이거나 빠순이거나 - H.O.T 이후 아이돌 팬덤의 ABC 이슈북 8
이민희 지음 / 알마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1. 좋은 말로 하면 팬덤. 나쁜 말로 하면 빠순이. 이것이 한류를 이끄는 아이돌을 추종하는 팬들을 일컫는 용어다. <팬덤이거나 빠순이거나>는 이러한 아이돌 팬덤의 세계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듯이 쓴 보고서 같은 책이었다. 이에 따른 비판이나 긍정은 접어두기로 하고, 일단 이 책은 "아이돌 팬덤문화는 이렇게 형성되었고, 이런 방식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이 강했다.

 

2. 아이돌의 팬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아이돌 그룹의 일거수일투족을 포착하는 집단이라는 특성이 강하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갑자기 생겨난 팬들이 알아서 소속 그룹을 위해 움직여 주기 때문에 홍보에 들여야 할 비용 상당 부분을 절약할 수 있으므로 상당히 고마운 존재일 듯하다. 

 

그들은 소속사 혹은 개인이 만든 팬 카페 같은 커뮤니티에서 친목을 다진다. 아이돌의 소식을 원활하게 주고받기 위해서 좀 더 상위의 팬 집단에 소속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등급을 올리기 위하여 열정을 투사하고, 그 열정의 산물을 인터넷 공간에 펼쳐둠으로써 해당 아이돌의 인지도 상승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과 편집기술, 일본어 같은 외국어, 그리고 팬픽이라고 불리는 동성 멤버 간의 야릇한 성애를 묘사하는 소설을 통해 길러지는 문장력 등은 그런 열정으로 얻어낸 대표적인 산물들이다. 이러한 실력을 바탕으로 훗날 그와 관련한 업종의 직업을 가지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한다. 

 

아이돌의 인지도를 상승시키기 위해서 만들어낸 것 중에서 빼어난 것들은 그것 자체로서 나름의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경제적 이득을 얻기도 한다. 아이돌 그룹이 발매하는 음반을 여러 장 구입하고, 그들의 콘서트나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심지어는 국내에 사는 사람들이 외국 공연에 VIP 비용을 지불하면서 참석하기도 한단다. 훨씬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3. 이렇게 아이돌 팬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보이지만, 자신들의 활동을 그들의 커뮤니티 공간 이외의 다른 공간이나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고충을 털어놓는다. 여담이지만 이러한 고충은 독서가 취미인 나 역시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다. 

 

요즘 무슨 책 읽고 있다고, 책 읽는 거 좋아한다고, 같이 책 읽을래? 물어보면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것 같기도 해서 마음이 좋지 않다. 그러므로 다른 취미를 가진 이웃이나 사회구성원에게 일부러 드러내어 설득시킬 필요까지는 없는 것 같다는 그들의 주장에 동의한다. 

 

이러한 팬덤문화도 취미 활동의 일부이며, 그러므로 대중의 편견을 떠안으면서까지 마녀사냥을 당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예를 들면 누구의 팬카페의 회원이라고 말하면 으레 사생팬에서 파생되는 오해. 혹은 인터넷에서 어떤 그룹에 대한 맹목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이라는 오해 말이다. 

 

4. 그렇지만서도 지금 대중에게 알려진 부정적 견해 보다는 좀 더 건전한 팬덤 문화로 인식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본다. 아이돌 역시 그들이 건전한 팬이 되어 주길 바랄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권유는 이들의 세계와는 완전하게 상관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이 문화에 깊숙하게 빠져든 사람이라면 그것을 조절하기 힘들 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어찌 되었건 그들이 자신이 성향을 표출하지 못하는 것(드러내건 말건 그들의 자유지만 드러낼 수 없다는 것 자체가)은 그들 스스로 만들어낸 불건전한 행위의 결과물을 인정한다는 것이고, 또한 그 때문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것이다. 

 

이 그룹이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다. 팬 카페 가입도 있고, 음반도 샀다. 나중에 콘서트 같이 가자 왜 말을 못하는가 말이다. 다른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이렇게 따져보면 나 역시 책 읽는 것이 고루하고 낡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편견에 동조할 것이 아니라 건전하고 유익하고 특히 경제적인 취미활동이라는 점을 알려야겠다. 

 

5. 어쨌든 수지는 짱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