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 삶.사람.사물을 대하는 김정희의 지혜
설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1. 2009년 즈음 설흔 작가의 책 두 권을 읽었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라는 실용소설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책이었다. 꽤 긴 시간이 흐른 2013년의 오늘. 그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될 것 같은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를 읽었다. 

 

위인의 이름과 삶을 복원하고, 위인의 삶에서 얻은 가르침을 뽑아내는 목적은 그들에게서 교훈을 얻고 싶다는 욕망의 투영일 것이다. 그런데 <추사>에 이르러서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내가 들려줄 대답은 "너는 내가 될 수 없다. 그러니 너는 너만의 세한도를 그려라." 로 말끔히 정리되는 분위기다. 

 


 

 

2. 공자의 <논어>. 자한편에 실린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 즉,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의미는 어려울 때 손을 내미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라는 뜻과도 같다. 그리고 세한도에는 그러한 변치 않는 사랑, 우정, 존경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담겨있다. 

 

제주도에 위리안치 된 김정희에게 제자 이상적(1804~1865)이 조선에서는 매우 접하기 어려운 중국의 서적인 <만학집>,<대운산방문고>,<황조경세문편>를 자신의 유배지인 제주도까지 배를 타고 건너와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감사의 의미를 표함으로써 남을 드높이고, 동시에 자신까지 높아지는 일거양득의 노림수도 있는 작품이었다. 

 

102. 당벽과 모난 성격을 지닌 박제가는 내게 있어 문이었다. 내게 아랫목인 중국을 온전히 알고 중국인을 제대로 만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를 거쳐야만 했다. 조강과의 만남은 그런 나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사람들은 그와 나의 전설에 동했지만, 나는 문으로서의 그의 역할에 동했다. 천 리 길을 시작함에 있어 그보다 좋은 문은 없었다.  

 

3. <추사의 마지막 편지>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인간관계의 모든 '기브앤 테이크'든 뭐든 간에 기본적으로 그 안에 진심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 진심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마음이 있어야만 사람은 자신이 머물고자 하는 아랫목(꿈, 목표, 목적)을 위해 문(목적을 이끌어주는 데 도움이 될 사람)을 찾을 수 있고, 그 문을 열어젖힐(그 사람을 설득시킬)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더 나아가 각자가 찾고자 하는 아랫목의 문을 열어젖힐 수 있는 실천력에 대한 용기까지 부여해주는 책이기도 했다. 추사 김정희가 서얼인 아들에게 건네주는 편지를 받아본다면 분명 우리는 추사에게 당신을 닮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한숨을 짓지 않을 것이고, 스스로 자신의 세한도를 그릴 수 있는 경지를 찾아서 마침내 이룰 수 있을 것이다.

 

108.

내가 태어난 곳은 미개한 나라

진실로 촌스러우니

중국의 선비들과 사귐에 부끄러움이 있네 

 

4. 이 시에서 미개하고 촌스럽다는 의미란 <동양고전의 바다에 빠져라>에서 읽는 대로라면 성리학의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고, 자질구레하게 예식에 대한 다툼으로 사람을 죽이는 세태를 말함이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성리학에 대하여 거칠게 논쟁하여 양명학이나 고증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등장했는데 말이다. 

 

그가 쓴 시를 봐서도 알겠지만 추사 김정희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이 성리학의 허례허식에 찌든 조선의 현실을 벗어나려했던 서얼 중심의 학자들이 청나라의 고증학을 받아들여서 조선의 실학으로 발전된 시점이라서 그런지 그의 삶 속에는 "혹독한 관리의 차가운 손을 기억하라"처럼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행위를 중히 여기는 가르침도 것도 있었지만.

 

그 외에 "사물의 올바른 위치를 기억하라." ,"아랫목이 그리우면 문부터 찾아서 열어라" , "맹렬과 진심으로 요구하라." ,"너의 <세한도>를 남겨라."처럼 자신을 높이기 위한 실리적인 이득을 취하고자 한 가르침이 많이 담겨 있는 실용적인 소설이었다.  

 

199. 너는 내가 되려 한다. 나를 닮으려 한다. 그래서 너는 내 글씨를 흉내 내고 내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이다. 이는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짓이다.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았다. 나는 박제가와 옹방강과 완원에게 배웠지만 그들이 아닌 내가 되었다. 그러므로 네가 나를 닮은 삶을 살기를 조금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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