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의 바다에 빠져라 (특강DVD 포함) 인문의 바다 시리즈 2
최진기 지음 / 스마트북스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1. <통섭적 인생의 권유>를 읽을 적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단어 하나가 있는데, 바로 '기획 독서'라는 말이었다. 숲을 바라볼 때, 베어 넘길 나무를 정해두고 한 그루 한 그루씩 넘어뜨려야지 이쪽 나무 한번 찍고, 저쪽 나무 한번 찍으면 효율이 떨어진다는 말이었다. 

 

'통섭적 독서'라는 것은 이것저것 체계를 잡지 않고, 마구 집적거리는 난잡스러움이 아니라 숲 속에 공생하고 있는 다양한 종의 나무를 시간을 들여 하나씩 천천히 집중해서 들여다보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통섭의 숲이 그려진 지도는 흔히 지식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누군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나무를 잘 베어 넘기는데,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이것이 나한테 필요한 나무다 생각하고 찍어댔는데, 그게 나중에 알고 보면 나무가 아니라 작은 줄기 정도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고 도대체 나무는 얼마나 거대한가?하며 좌절하곤 한다. 개인적으로 그런 경험도 있고 말이다.  

 

2. 그런 면에서 <동양고전의 바다에 빠져라>는 우리에게 큰 숲의 지도를 보여준다. 

 

고대 중국으로 시작하여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유가 외에 유가를 둘러싸고 격하게 논쟁을 벌였던 여러 사상들(묵자, 한비자, 양자, 고자)이 있었고, 공자와 맹자와 순자가 이끌었던 유가가 쇠락하고, 노자와 장자의 도가(이를 계승했던 남북조시대의 죽림칠현)와 석가모니의 불가(초조 달마대사부터 육조 혜능까지)가 발전했다가 송나라 시대. 유교가 도교나 불교와 비교했을 때 커다란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우주의 존재원리를 기어코 설명해 낸 주자의 성리학으로 다시 부활한다. 

 

주자의 성리학은 고려 말기부터 우리의 선조에게 이어졌다. 한편, 책에서는 정몽주가 정도전에게 <맹자>를 선물로 건네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는데, 이러한 유교적 이념의 확산이 결국 조선의 개국공신들로 하여금 성리학을 조선 건국의 통치이념으로 삼게끔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중국 대륙은 성리학의 아성이 왕수인의 양명학이 유행함으로써 위협을 받게 되었고, 그리하여 모든 선함이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에게 있다는 인간 중심의 사상이 펼쳐지는데, 조선에서는 오히려 양명학을 이단으로 배척하고, 성리학의 연구에 더욱 골몰했다는 것이었다.   

 

3. <공부하는 인간>에서 봤었던 내용. "왜 동양인이 자신의 내면에 끊임없이 질문을 하여 진리를 찾아가는 서양인과는 달리 바깥의 말씀(경전, 책)에서 진리를 찾아 나서는지. 그리고 그것이 지금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을 바라보고, 바라본 것이 자신의 눈에 보이면 보이는 그대로 생각하고 해석하면 되는 것인데, 우리의 선조들은 자신의 눈과 생각이 보는 것을 믿지 않고, 가장 먼저 경전의 해석을 믿었던 것이다. 즉, 초월한 어떤 관념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평생 그것을 찾았던 것 같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경험과 행동이 동시에 결정하는 데 반해서, 동양인들은 이것이 무엇인지 설명된 글을 보고 난 후. 행동에 나설지 나서지 않을지 결정하는 것이다. 

 

이쯤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서양에서도 동양과 마찬가지로 성경이나 탈무드나 코란 같은 경전을 해석하면서 진리를 찾았는데, 왜 서양인은 자기 내면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동양인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느냐는 반론을 제기한다면... 아직은 그것의 답은 정확히 잘 모르겠다. 

 

지금 그 반론에 마주하여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단상은 경전을 앞에 두고, 암송 암기하는 동양인의 모습과 이스라엘의 도서관의 풍경처럼 그것을 보는 즉시 토론에 들어가는 서양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랬던 것일까? 그러니까 경전을 신성시는 하되. 그것을 읽으면서 궁금함에 튀어나오는 자신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진리임을 자각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추측할 따름이다. 

 

4. 다시 <동양고전의 바다>가 그려준 숲의 지도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면. 

 

조선의 이름난 학자들은 성리학의 연구에 깊이 골몰하는데, 이러한 추이를 보고 있으면. 춘추전국시대의 공맹순의 사상들은 인간의 인식론적인 궁금증과 세계관의 물음에 답하는 것에 만족하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절차가 번거로워지고 사소해지고 쫀쫀해 보인다는 인상을 받는다. 아마도 이러한 깊은 이야기를 다루는 논쟁. 이황과 이이의 이기론과 사단칠정에 얽힌 여러 가지 논쟁들은 좀 더 많은 관련 도서를 읽음으로서 공부해야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찾아낸 책들이 많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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