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토지 1 - 1부 1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7장 상민 윤보와 중인 문의원.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었다. 상층에 이를수록 그것은 심하였고 중앙에 가까울수록 급격한 것이었다.
1. 토지의 시대는 혼돈기였다. 천주교 박해(1866), 갑신정변(1884), 동학농민운동(1894). 갑오개혁(1894년 7월부터 1896년 2월까지 추진), 명성황후 시해=을미사변 (1895). 아관파천(1896),이라는 굵직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토지는 갑오개혁의 시행으로 노비 제도가 폐지된 이듬해인 1897년 한가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결국, 이러한 사회적인 사건과 더불어 조선의 신분제도 폐지는 양반과 노비 모두를 더욱 큰 혼란에 빠져들게 하였고,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큰 고민을 각자 가지고 살아간다.
법적으로 노비제는 폐지되었으나, 어찌 하루아침에 모든 일과 생활 터전이 바뀔 수 있을까? 최참판가의 식솔(노비와 소작인)이 모여 살고 있는 평사리는 여전히 어제와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아낙네들의 떠들썩한 수다와 소작인들의 농경 생활. 그리고 북적거리는 장터의 풍경은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때와 다름이 없어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서서히 자그마한 균열이 시작되고 있었다.
2. 최씨 가문의 막대한 부의 진실. 정당한 부가 아닌 평사리에 큰 가뭄이 들었을 때마다, 끼니를 잇지 못하는 백성들의 전답과 곡식을 바꾸는 수법으로 고혈을 짜내어 부를 축적한 최씨 가문에 불만을 품은 축.
사실. 불만이라기 것은 핑계고, 아들을 잇지 못하는 최씨 가문의 재산을 노리는 세력이라고 표현해야 마땅한 김평산, 귀녀, 칠성이. 이 세 사람은 아들을 원하는 최치수에게 마치 뻐꾸기가 탁란하는 것처럼 자기들의 씨를 몰래 최씨의 아들로 속여 최씨의 재산을 갈취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한편, 아직 온전히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최치수의 친척. 조준구의 활동(개명 양반인 그는 단발을 하고, 양복을 입고, 평사리의 소작인들과 쇠락한 양반 세력과 안면을 트기 위해서 왕래한다.)도 서서히 전개된다. 뒤에 인물 소개란을 보니 이 인물도 최씨가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한 이였다.
그런가 하면 강청댁, 이용 그리고 월선이 간의 슬픈 삼각 관계를 통해 사회의 통속적인 모습(무당 출신이 천대받고, 자식이 없는 아낙도 천대받는 상황)도 엿볼 수 있고. 토지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구천에 대한 출생의 비밀(윤씨 부인의 몸에서 태어난) 또한 흐릿하게 공개된다.
3. 크레마로 밑줄을 긋고 바로 트위터로 공유하여 정확히 몇 페이지에 실린 글인지는 모르겠지만, 책 중간쯤에 보면 예사롭지 않은 묘사가 등장한다. 서희와 봉순이와 길상이가 머물고 있는 연못 가에서 별안간. 쓰러져있는 벌과 벌의 숨통을 끊기 위해 달려드는 개미 간의 싸움이 일어난다. 이 묘사가 왠지 최참판댁(벌)과 최참판댁의 재산을 노리는 이들인 김평산, 귀녀, 칠성이. 그리고 조준구(개미)의 구도를 나타낸 상징적인 장면으로 다가왔다.
19장 사자.
벌은 산 놈이었다. 날개가 상하였는지 날지 못한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벌한테 개미 네댓 마리가 덤벼드는 것이다. 엉덩이에 올라탄 놈, 등에 올라탄 놈, 다리를 물고 늘어진 놈, 벌이 뒹군다. 사방에 나가떨어진 개미들은 미친 듯이 맴을 돌다가 그악스럽게 다시 덤벼든다. 잔인하고 무서운 아귀다. 아이들은 머리를 마주 대고 땅을 내려다본 채 꼼짝없이 곤충들의 격투를 지키고 있다. 응원의 전령을 받았음인지 더 많은 개미들이 달려왔다. 디뚝디뚝 걷다가 뒹굴곤 하던 벌이 이젠 뒹굴기만 한다.
다양한 인물이 수시로 나왔다 들어가며, 긴장감을 높이는 토지의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