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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6 - 적벽(赤壁)편 ㅣ 매일경제신문사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 6
요시카와 에이지 지음, 이동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1. 삼국지 적벽편은 온전히 제갈량을 읽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와룡선생이 유비의 삼고초려를 받아들여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부분. 그리고 유비를 위해 실력을 발휘한 이후부터. 그가 유비를 처음 만났을 때 털어놓은 천하삼분지계의 계책대로 전세가 급전된다. 따라서 그는 어쩌면 삼국지의 실질적인 삼국이 형성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삼국지 게임을 통틀어 가장 능력치가 높은 책사라는데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삼국지 적벽편은 제갈량이 주연이지만. 연락이 끊긴 유비의 식솔들을 찾아 나선 조운이 유비의 아들. 아두를 가슴에 끌어안고, 마치 피에 굶주린 악귀처럼 조조의 군사를 쓰러뜨리는 모습을 담은 장판파 전투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전투의 이면에 부군에게 혹여나 방해가 될까 우물 속으로 몸을 던졌던 미부인의 희생도 있었다. 그것은 매우 가슴 아프게 다가온 에피소드였다.
그리고 무사히 지옥을 탈출한 조운으로부터 미부인에 대한 보고와 아들을 건네받으면서도 부하를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품에 안은 자식을 멀리 내팽개치는 유비의 담대한 면모도 볼 수 있었다. 또한, 자신을 따르는 백성을 버리지 않고 모두 끌어안는 군자의 모습. 같은 종친의 유표의 세력이 탐났지만 정당성이 없기 때문에 거절하는 군자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삼국지 전체를 통틀어서 발견하기 어려운 장비의 지략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를 적벽편의 장판파 전투에서 만끽할 수 있다. 조조의 수천의 추격병을 상대로 단 몇십 명의 군사를 교모히 위장시켜놓고, 많은 군사를 매복한 것처럼 꾸며둔 그의 책략과 장판파 다리 위에서 장팔사모를 들고 당당하게 서 있던 장비의 위세는 조조를 거의 완벽하게 속여넘길뻔 했다.
2. 허나, 앞에서 언급한 바대로 적벽편 이후부터 그려지는 커다란 밑그림. 즉, 촉나라의 약진은 모두 제갈량의 의도에 의해서 그려졌다. 그는 유비에 의해 중용되자마자 신묘한 계략을 발휘하려 유비군을 조조의 추격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젊고 새파란 놈이 무슨 일을 하겠어?'라고 의심했던 관우와 장비 이하 장수들에게 신망을 얻는다.
제갈량은 촉군(유비군)이 처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하여 오나라의 야욕을 이용하기로 한다. 그는 홀로 오나라에 건너가 조조의 협박을 받아들여 투항하려는 오나라의 이름 난 문사의 주장을 설전을 통해 각개 격파한다. 그리고 고민에 잠겨있던 주유로 하여금 오나라를 전쟁에 참여(조조가 즐겨 불렀다는 시. 주유의 아내를 탐한다는 내용의 시를 친히 소리내어 부르기까지 하면서 그를 자극한다.)할 수 밖에 없도록 하는 강력한 동기를 제공한다.
비록, 오나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전쟁이었지만 그 전쟁을 하게끔 유도한 제갈량의 탁월한 능력과 자신의 의도를 모두 꿰뚫어보는 그의 천리안에 위기감을 느낀 주유는 그를 제거하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덫을 설치한다. 하지만 그 덫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모습을 (특히, 사흘 안에 화살 10만 개를 만들어내야 하는 고의성이 다분한 임무를 부여받고, 안개가 자욱하게 낀 밤에 조조의 군영 부근으로 빈 배를 보내어 적들이 쏜 화살을 받아오는 기지) 보면서 과연 제갈량의 영리함은 어디에서 기원한 것인지? 나조차 묻고 싶을 정도였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서 적벽대전은 시작되었다. 모든 것을 예견했던, 심지어 한겨울에 동남풍이 불어오는 날까지도 어림짐작했던 제갈량은 바다에 약한 조조군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쇠사슬로 배를 엮은 그 연환계를 보기 좋게 깨뜨려버렸다. 이 전투는 100만 대군을 자랑하던 조조군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데 성공하고, 그의 계략대로 천하삼분지계의 막이 올랐다. 이로써 천하통일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