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형제 민담집 -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
그림 형제 지음, 김경연 옮김, 박은지 그림 / 현암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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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림 형제 초판 출간 200주년을 기념하여 발간된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이 책은 <요한 하위징아>가 동화에 대한 극찬을 내놓을 무렵 나의 눈에 들어온 작품이다. 하위징아는 그림 형제가 아닌. 안데르센(도깨비와 야채상, 오래된 집)의 작품을 언급했지만, 그래도 백설공주, 신데렐라, 빨간모자, 헨젤과 그레텔과 같은 유명한 동화를 많이 배출한 작가가 그림 형제 인지라. 하위징아가 말한 동화의 장점을 어떻게 형성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요한 하위징아> 77. 동화의 꿈나라에는 언제나 등장하는 단골 요소들이 있다. 그 중 한 요소는 소망 충족인데, 이것이 동화라는 장르를 만들어내는 아버지다. 동화 속의 모든 것은 행복한 결말을 향하여 내달린다. 

 

그림 형제는 하위징아가 정의한 소망 충족과 행복한 결말이라는 동화의 조건을 만족하는 작품을 수집했다. 그리하여 이 소망과 행복이라는 따스함을 접하는 독자는 자연스럽게 인본주의적 인간이 되려고 애썼다. 그것이야말로 그 시대가 원하는 도덕적 가르침이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형제의 동화는 그저그런 구전 이야기를 훌쩍 뛰어넘는 존재감(영혼을 깨우는)을 가진 작품이다.

 

2. 

 

<요한 하위징아> 78. 동화의 핵심은 소원이 성취되는 결말 부분이 아니라, 그 결말 부분에 다가가는 과정이다. 주인공이 자기 앞에 제시된 엄청난 도전에 맞서서 싸워나가는 것이다. 주인공은 보물, 왕국, 아내를 얻자는 것이 아니라, 그런 모험을 해나가는 과정을 즐긴다. 혹은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바로 이 때문에 동화는 날카로운 대조가 핵심이다. 

 

그림 형제의 동화에서도 결말 부분에 다가가는 과정은 반복적이며 점진적이다. 예를 들어 <백설공주>에서도 마녀는 백설공주를 세 번에 걸쳐(사냥꾼에 의해, 독이 든 빗, 반쪽에는 독 나머지 반쪽은 사과) 제거하려고 시도하지만. 결국에는 실패하고 오히려 마녀가 벌을 받게 된다. 

 

순수한 마음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은 민담집에서 상당히 자주 등장(아주 살짝 변형한 이야기가 몇 가지 있다.) 하는 삼 형제 이야기에서 엿볼 수 있다. 똑똑한 첫째와 둘째가 물질적이거나 정신적 욕망에 타락하여 실패하는 임무를 세상 사람들에게 둔하다고 소문난 셋째가 보란 듯이 성공해 보이는 이야기는 인간의 순수성이 무엇보다 인간을 훌륭하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철학할 시간> 31. 공자가 말했다. 강직함과 의연함과 질박함에 어눌함에 더하여 인에 가깝다고. '강의목눌'의 인물은 '교언영색'의 인물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전자는 자신을 위주로 언행을 도모하고, 강직하고 굳세어 함부로 휘둘리지 않으며, 말수가 적고 꾸밈이 없이, 모든 일을 그야말로 성심성의껏 행하는 사람.

후자는 남을 위주로 언행을 도모하고 남의 환심을 사는 데만 신경 쓰는 거짓의 달인

 

그러고 보면 이번에 읽은 <지금, 철학할 시간>에서도 그와 같은 맥락의 글을 한 꼭지 발견할 수 있었다. 공자의 말에 따르면 첫째와 둘째는 교언영색의 인물이요. 셋째는 강의목눌의 인물이다. 셋째는 온전히 '인'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인'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었다. 

 

3. 

 

<요한 하위징아> 79. 동화 속에서 발견되는 강렬한 행복은 보편적 타당성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와 그 특별한 주인공과의 동일시, 누구나 은밀하게 품고 있는 소망, 촛불 켠 방안에서 활짝 꽃핀 빛의 나무 등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더욱이, 세상은 실제보다 더 멋진 곳으로 분석되지도 않는다. 동화의 핵심에는 가혹한 현실이 그대로 존재한다.

 

우리는 주인공과 나를 동일시하며 자신의 덕을 함양한다. 그리하여 동화에서 최종 결말처럼 경제적인 보상이나 높은 명예와 지위를 기대한다. 하지만 동화에서의 경제적 보상과 명예. 그리고 아름답고 멋있는 반려자는 그것을 그리워하고 간절히 바랬던 사람보다는 그 외의 활동으로부터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하여 보상을 탐하는 자들은 엄청난 형벌을 당하고, 보상을 탐하지 않는 자가 되려 보상을 받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동화는 동화에 나오는 모두가 행복할 수 없는 역설적 구조이다. 누군가 보상을 받으면 누군가는 벌을 받게 되어 있다. 그렇게 때문에 가혹한 현실이 존재한다고 하위징아는 말하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세 명의 아들 중에 모든 것을 얻는 사람은 셋째. 한스가 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백설공주 오로지 단 한 명이 되어야 하고, 그들이 아름답고, 훌륭한 성취의 반대급부로서 계모와 계모의 딸은 성질이 포악하고 못 생긴 정도. 그리고 그들이 받아야 하는 형벌의 잔혹함 정도가 결정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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