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숲의 대화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 이 세상에 단 하나의 진실만 있다면, 그것은 바로 모든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일테다. 죽음. 정지아의 <숲의 대화>는 삶에서 죽음으로 향하는 자연스럽지만 인정하기 싫은 길을 향해 걷는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포용함으로써 존재하는 소설집이었다.
어떤 작품은 줄거리를 숨김으로써 즉. 은유를 흘려놓으면서 자연스럽게 온전한 모습이 형상화될 수 있도록 구성된 단편으로 이루어지고, 또 어떤 작품은 다른 성격을 가진 2명 이상의 인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삶을 구성한다. 아주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개인적으로는 단편 <숲의 대화>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그 이유는. 읽으면서 느껴졌던 은유를 통한 서사. 그러니까 자세하게 말하자면.. 첫 부분의 숨김과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것의 외피에서 드러나는 것이 '악'이거나 '부도덕'에 형상을 띄는데, 그것에서 작가가 은유를 이어가면서 악과 부도덕의 형상이 어떤 사건과 필연적인 결말로 향해 달려가며 슬픈 이야기로 변신하는 단계를 유심히 지켜봤다.
마지막 단편 <절망>에서도 무지갱 같은 공간 속에서 볕과 같은 존재인 김씨의 비극으로 자신의 희망이 절망으로 변하고, 절망의 고통을 공유하는 고시원 안의 불특정다수가 숨죽이며 욕망을 푸는 처절함에서 이 사회의 처절한 단면을 맛보게 된다.
2. 이 두 작품을 제외한 나머지 단편은 대체적으로 사상이나 성장 배경의 차이로 인해서 다른 성격을 갖게 된 인물들 각자가 노년에 접어들면서 그 모든 것이 죽음 앞에서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고, 사상이 어땠건 간에 과거의 공통된 기억을 공유한 사람끼리 삶을 살아왔던.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각자의 관점을 서술한다.
그러한 작품 가운데 <목욕 가는 날> 같은 경우는 사회의 때에 찌들어 제각기 페르소나의 가면을 쓰며 살아가는 한 가족을 그것을 씻겨내주는 상징적이면서도 동시에 실제적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 목욕탕에 가둠으로서 이토록 빠르게 세월이 흘러가고 있음을 드러내 보여준다.
3. 이와 같이 어떻게 살던 간에 사람들은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바람에 관한 묘사를 많이 사용했나보다. 특히, 단편 <숲의 대화>에서 다양한 모습을 가진 바람을 가장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존재를 확인하거나. 세월을 밀어내는 것. 모든 것이 바람의 영향이었다. 뿐만 아니라 흐름을 견뎌내지 못한 어떤 이들의 한숨에도 바람은 있었다.
앞에서 <정크>같은 청년의 소설, <내가 너다>같은 중년의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했던 적이 있다. 그런 분류법을 따른다면 이 소설은 중년을 넘어서 노년으로 가는 소설이거나 아니면 노년의 세월 앞에서 이미 흘러온 기억을 재조립하여 단순화시킨 다양한 삶을 풀어놓은 소설이라고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