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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다리 1
줄리 오린저 지음, 박아람 옮김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1. 영미 소설. 미국 소설. 줄리 오린저의 <보이지 않는 다리>는 나로 하여금 미국인은 정치적인 영향력뿐 아니라 이렇게 문학작품을 통해서도 자국의 이야기가 아닌 바다 건너 머나먼 땅의 이야기를 이리도 생동감 있게 술술 털어놓을 수 있느냐?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다뤘던 시대적 배경. 스페인 내전에서 다리를 폭파해야 했던 임무를 부여받은 한 미국인이 뿜어냈던 존재감. 왠지 그런 힘이 <보이지 않는 다리>에서도 여지없이 느껴졌다. 이러한 특성도 대에서 대를 이어가는 것 같다.
미국소설이라는 다소 지엽적인 틀을 벗어던지면. 다시 말해, 영미 소설이라는 제약을 잠시 벗어두면 이데올로기의 싸움의 흐름에 휩쓸린 나약한 개인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 인간이 인간과 인간에 대한 애정의 힘을 빌어 결코 세월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인간을 그려냈다는 점은 <닥터 지바고>의 유리 지바고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2. 생각해보니 <보이지 않는 다리>뿐만 아니라 기존에 읽었던 2000년 이후에 출간된 전미도서상이나 부커상 수상작이나 그 후보작들을 읽어 보면(읽어본 책들의 소견) 그 배경이 과거의 미국에 대한 것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그러니까 영미소설들이 대부분이 그들의 현실에서 멀찍이 떨어져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훌륭한 서시시를 일궈낸다.
그때는 이 사람들 참 오지랖도 넓군. 그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했었는데, <보이지 않는 다리>를 보니 그게 또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헝가리계 유대인, 프랑스, 우크라이나. 이렇게 넓게 펼쳐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어쩌면 이런 스케일을 통한 서사. 그 속에서의 인간. 이라는 틀이 한국문학의 다양성을 확대시키는 데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3. 물론, 한국문학도 나름대로의 특색과 재미가 있다. 이웃과 대화를 나눈다는 느낌.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들은 어떻게 살았던가? 그리고 우리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는 생각들을 불러준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다. 우리나라 문학은 대체적으로 우리것에만 집착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자본주의의 흐름에 따라 번져가는 개인화에 집중하는 등. 작가가 직접 겪었던 경험과 시대적 배경에만 의존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런 작품이 아닌 작품들. 작가가 살고 있는 공간적 배경을 넘어선 작품들도 한반도의 호령했던 역사(고구려, 신라, 백제, 고려, 조선)와 그 인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전쟁을 다룬 작품이라고 해도 한국전쟁. 좀 더 범위를 넓히면 베트남 전쟁을 다루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전부였다.
우리의 소설도 완전히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역사 속의 인물을 탐구하는 서사시를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만약 그런 작품을 아는 분이 계시면 저에게 소개도 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4. 문학판에서 눈을 돌려서 영화와 드라마판을 기웃거려보면 지금 국내영화와 드라마는 이미 한반도의 한계에서 조금씩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전개하고 있는 것 같다. 영화를 즐겨보지는 않아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다루지는 못하겠지만 대표적으로 최근에 인기를 얻고 있는 <베를린>이라는 영화의 예고편의 화려함이 갑자기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