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이호철 문학재단 총서 1
이호철 지음 / 북치는마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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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솔직히 재미로 읽을 책은 아니다. 그래서 편하게 누군가에게 추천할만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왜?" 라는 질문에 수준 높은 대답을 들려준다. 그런 의미에서 공부가 되는 책이다. 더불어 러시아와 중국 같은 한반도 주위 나라의 역사적 사실에 관한 이해도 생긴다. 제목만큼이나 여러모로 상징적인 책이다.

 

이 책에서는 판문점2(2012)와 판문점1(1961)이라는 두 편의 소설을 다룬다. 두 작품 사이에 50년의 시간차가 났지만,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남북통일 문제에 대한 고민을 이 두 작품을 통하여 이호철 작가는 그려낸다.

 

2. <판문점2>은 소설보다는 대담집에 가까운 형식을 띤다. 진수와 영호 두 인물이 주고받는 대화가 반복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희석되어가는. 통일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데 대한 고민과 원망을 털어놓는다. 북한의 실상을 무시하는 듯한 식자의 글에도 비판적이다.

 

그들의 말처럼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개인이 가진 꿈을 이루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에 관심이 있지. 어떻게 통일을 해야 할까에 대한 관심은 없다. 그저 이 세계가 평화롭기만 바랄 뿐.

 

3. 이호철 작가의 통일에 관한 깊은 고민은 평생 동안 이어져온 저술 활동(삶)과 궤를 같이했다. 그가 전후의 모습을 다루는데 그치는 소설가가 아니라 통일의 문제를 다루는 대표적인 소설가로 인정받는 이유는 1.4후퇴 당시.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온 탈북자 출신 소설가이며, 그의 소설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실제이기 때문이다. 경험을 통하여 이 문제를 축적했기 때문이다.

 

<판문점>을 쓴 일차적인 이유 또한 남과 북이 휴전선으로 틀어막혀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남한에서 소설가로 살아가고 있음을 북에 있는 가족과 친지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표라는 점에서 그는 정말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소설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에게는 통일이 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꿈이고 행복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남·북의 대화 단절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이 현실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이 얼마만큼 절망적인지는 그가 <판문점2>를 통해 제시하는 통일의 방법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남한과 북한 중 어느 한 곳이 미치지 않고서는 실현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 

 

작가의 문장을 빌어 이야기 하자면, 남한과 북한 양쪽에서 통일시킬 영향력을 가진 파천황 같은 존재를 기다리고, 천지개벽과 맞먹는 대북정책을 소망한다. 예를 들어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남한으로 건너와 성공한 자본가들이 자진해서 북한으로 이동하여 통일의 밑거름을 만들자 라는 극단적인 표출은 오히려 통일에 대한 소망에 비하여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시대에 대한 절망을 표현한다.

 

4. 그렇게 따지면 1961년의 <판문점>에서 서술했던 통일은 남북이 하나가 되기 위한 노력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앞사람의 옷자락처럼 가까워보인다. <판문점>에서 그들이 해결해야 했던 것은 어떤 자유를 추구할 것인가라는 단순한 명제였다. (지금은 <판문점>의 고민이 확장되었다. 남한의 개인화 된 자유주의와 권태. 북한의 적극적 자유를 앗아간 김씨의 세습이 문제다.) 

 

북한 대표로 판문점을 방문한 여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자유란 민족과 국가를 우선시하는 나를 희생하는 의미를 가진 적극적 자유고, 남한의 진수가 말하고자 하는 자유란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데 집중할 수 있는 소극적 자유라는 것이다. 

 

서로가 가진 이념에서 표출되는 단점이 그들을 방해하는 장벽이었고, 이러한 장벽은 그 때 당시만 하더라도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작가는 판단했던 것이다. 통일을 가로 막는 것은 어쩌면 소극적 자유에 내재된 권태가 아닌가 의심도 했던 것이다. 그런 마음에서 주위 인물들의 권태를 그렸던 것이다.

 

그러한 권태가 문제였기 때문에 <판문점>은 외국 언론이 제기한 바대로 사랑하는 연인의 문제 같은 기이한 분위기를 표출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분위기를 느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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