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이면
박충훈 지음 / 새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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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사회의 거울이다.

 

박충훈 소설집 <거울의 이면>에서 거울이 상징하는 바는 사회 집단의 기초를 이루는 가정과 국민(작가의 말에서는 백성)이었다. 가정의 삶과 백성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나라의 운명을 예감할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러한 국가의 운명을 이겨내는 것은 본인의 자각과 각성이므로 그것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소설을 쓴다는 작가의 말을 주의깊게 들었다. 

 

<어머니의 소> & <아버지의 소>

 

예로부터. 아니 지금도 농촌에서는 소가 가장 큰 재산이다. 소를 팔아 아들 장가보내고 딸 시집 보낸다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나온 소리가 아니다. 소고기 사묵겠지라는 유행어도 소고기가 비싸기 때문에 역설적이게 들리는 것이다. 

 

어쨌든 간에 이 두 단편은 소와 구제역을 다룬 단편이다. 근래에 구제역 파동으로 많은 농가가 피해를 보았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는데, 이 소설은 그 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작품들이다. 그리고 구제역 사건과 살처분에 직면한 두 가정의 상반된 대응방식을 통해 정에 약한 인간과 돈에 약한 인간을 동시에 보여준다. 

 

<아버지의 땅>

 

6.25 한국전쟁을 일컬어 동족상잔의 비극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여기 <아버지의 땅>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아니라 인민군 복장을 한 형과 국군 복장을 한 동생의 비극적인 결말을 다룬다. 

 

예상과는 달리 인민 장교로 있던 형이 투항을 목적으로 남하했다가 동생을 전쟁터에서 만나게 되고, 그렇게 한편이 되어 인민군과 전투를 벌이다가 한 구덩이에서 서로 껴안은 채 같이 묻히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들의 후손이 백석산에서 유해를 발견하게 되고, 여태껏 알 수 없었던 진실이 마침내 공개되었다. 그러나 그 진실을 국가는 인정하지 않는 점에서 작가가 지니고 있는 국가에 대한 반감이 드러난다. 

 

국가는 유공자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은 그 반대라는 것을 말한다.  

 

<그네들의 거울> 

 

이 소설은 청소년의 일진 문화를 비판하는 단편이다. 미미클럽이라는 일진의 무리가 고유미라는 평범한 학생을 어떻게 물리적으로 타락시키는가를 그린다. 

 

이러한 소설. 여성을 주인공으로 다루면서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은 작가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소설집 전체에 드러나는 남성적이며 선이 굵은 형태가 지워지지 않아 아주 거북했다. 몰입이 전혀 되지 않았다. 

 

미영이 거들었다 

"고유미, 그게 바로 자업자득이다. 우릴 원망 말거라. 경미야, 목이 마를 테니 시원한 물이라도 한 잔 줘라."  

 

미란이 유미를 지켜보다 다가서며 아주 엄숙하게 말한다.

"네가 두 친구에게 혹시라도 앙심을 먹을까봐 내 몸도 보여 준다. 이건 우리들의 경건한 의식이다. 잘 봐두어라."

 

여학생들이 주고받는 문장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할머니의 손자> & <영웅의 아들>

 

이 두 소설은 유전적 영향이라는 공통점에 입각한 작품이다. <할머니의 손자>는 유전의 영향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소설의 마지막에 얼굴이 굳어지는 영감의 모습을 봤을 때. 근친상간이라는 천인공노할 범죄가 대를 이어 이루어졌고, 손자가 저지른 그 행위를 통해서 비밀이 까발려지는 형태를 취한다. 

 

그리고 <영웅의 아들>은 탁란(뻐꾸기가 남의 새 둥지에 자기 새끼 알을 버리는). 그러니까 새가 탁란하는 것처럼 여자가 임신한 상태에서 다른 남자와 몰래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지만 하는 행동은 그 아비와 하나도 다른 것이 없더라. 그런 막장스러움을 이야기하는 소설이었다. 

 

<불굴의 혼>

 

이 작품은 구한 말과 일제강점기시대에 살았던 소금 장수 김두원에 관한 일화를 소설화시킨 작품인데, 김두원이 일본제국에 대항한 것을 불굴의 혼이라고 칭송해야 할지. 아니면 졸부의 모습을 봤다고 생각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한 작품이다. 

 

1000말이 넘는 소금을 일본인 상인에게 사기를 당해서. 평생 동안 일본 제국에 보상을 요구했던 그의 행적을 담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일본인으로부터 보상받아야 하는 것이 증명된 자가 조선 땅의 어느 누구보다 일본에 당당하게 대항할 수 있었고, 보상을 하는 일본을 아주 대놓고 욕했다는 사실이다.   

 

<겨레의 혼> 

 

임진왜란기에 나라를 구한 의병의 활약을 다룬 소설이다. 이 작품 또한 국가와 국가를 운영하는 벼슬아치보다 백성이 훨씬 더 훌륭하다는 사상을 담고 있다.

 

그런 훌륭한 의미를 내포한 소설이지만 <겨레의 혼>은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미흡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70페이지 남짓한 공간에 의병의 행적을 다 쓰기도 어려웠을 것이고, 쓰기는 했는데 그것이 소설이 아니라 그냥 역사적인 기록을 짧게 나열하는 데 그친 글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곽재우라던가. 김면이라던가. 곽준이라는 중심적인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 인물에 대한 어떠한 특징도 발견할 수 없다는 넌센스에 직면했다. 이게 다 분량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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