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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은 나의 힘 - 카프카의 위험한 고백 86
프란츠 카프카 지음, 가시라기 히로키 엮음, 박승애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1. 한창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 '회복탄력성'이라는 단어를 접한 적이 있다. 이 단어는 어떤 부정적인 사건이 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하는 힘에는 개인적인 편차가 있다. 그리고 탄력성이 뛰어난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인간형이다. 대충 이런 의미였던 것 같다.
이 '회복탄력성'을 기준으로 카프카라는 인간을 평가했을 때, 카프카는 이 능력이 제로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탄력성의 평균치에 있는 보통의 사람들은 그것을 무시하거나 잊거나 하면서 삶을 살아가는데. 카프카는 그 사건에 벗어나지 않고, 아니. 벗어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벗어나기는커녕 그 상황에서 하나의 관점을 탄생시켜 오늘날 그를 있게 한 소설을 창작했다. 실패자로 규정 지은 원인이었던 지독한 냉소와 허무로 새로운 모델을 창조해냈다. 카프카의 시선이 닿은 덕분에 부조리는 세계인에게 찬란하게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인간은 일반적인 정의가 요구하는 인간에 설 수 없게 된다는 실존주의라는 개념이 발전했다.
2. <절망은 나의 힘>에는 그런 관점을 보유한 카프카의 잠언과 그 글을 해설하는 가시라기 히로키의 글이 양쪽에 실려있는 짧은 책이었다. 아주 간략하게 엮은 책이라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는 편할 것이다.
이 책의 편자 가시라기 히로키가 노린 점은 바로 이 짧음이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잘못을 저질러서 세게 한대 맞던지 아니면 약하게 열대 맞던지 선택해야 할 때, 세게 한대 딱 맞고 매듭짓는 것처럼 이 책의 역활 또한 짧고 강한 몽둥이같은 절망의 문장에서 담금질을 살짝 하고 힘을 얻으라는 그런 이유로 탄생된 책이라는 것이다.
3.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일 때도,
또다시 새로운 힘이 솟아오른다.
그것이 바로 네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강렬한 문장은 새로운 힘이 솟아서 살아있는 증거라는 발언이 카프카가 의도했던 발언이 아니라
만일 그런 힘이 솟아나지 않는다면
그때는 모든 것이 끝난 것이다.
다 끝난 거다.
의 다 끝난 거다.가 주는 결론이 카프카의 정수가 담신 지점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가시라기 히로키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카프카의 부정적인 힘이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 에너지라는 것이 히로키가 주장하는 대로라면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고 절망하는 카프카같은 사람도 있구나 나는 그정도는 아니니까 다행이다. 혹은 짧게 고통을 느끼고 정신차리자라는 의미가 아닌.
부정적인 것을 발견하는 그 비판적인 관점에서 도대체 어떤 에너지를 얻어서 기념비적인 업적을 쓸 수 있었는가에 집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고로 절망은 잠시 맛봤다가 언제든지 뱉어낼 수 있는 그런 장난감 같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