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벳 - 어느 천재의 기묘한 여행
레이프 라슨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1. 레이프 라슨의 <스피벳>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발칙한" 소설이다. 빌 브라이슨이라는 미국 작가가 자신의 여행기 시리즈를 발칙한이라는 수식어 붙여서 출간했었는데, 빌 브라이슨 특유의 자유분방한 관점에서 풍겨 나오는 표현들이 <스피벳>의 그것과 유사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이 국내에 출간된 시기도 빌브라이슨이 유행하던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스피벳>의 자유분방함은 텍스트의 한계를 벗어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한 기묘한 크기의 장정. 그리고 이야기 안에서 겉을 향해 움직이는 화살표의 도착지점에서 발견할 수 있는 총 300여 개의 삽화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이 삽화를 통하여 작가는 독자들에게 시각적 즐길 거리를 충분히 제공(어른들이 짓는 썩소도 이 삽화를 빌린다면 무리 없이 이해 가능. 썩소는 그야말로 가짜 웃음)하는 한편, 스피벳의 부연 설명을 실은 장치로 주인공이 느낀 감정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심층적으로 재구성하는 기능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소설의 모든 일감을 삽화에 아웃소싱하지도 않았다. 레이프 라슨 작가의 표현력도 발칙하다고 느껴졌다. 다른 소설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그것(죽은 은유)과는 다른 포지션(문학적인 묘사와는 다르게 문학 이외의 학문에서 개념을 빌려 와서)에서 형성된 묘사는 대상을 낯설게 하면서도 동시에 눈에 확 들어왔다.

 

특히, 물리학의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그리고 양자물리학의 불확정성 원리. 찰스 다윈의 진화론. 그리고 만들어진 세계 같은 개념을 인간의 삶에 고스란히 투영시켜 미국 사회의 기독교 근본주의라는 거대한 세계관에 맞섰다.  

 

2. <스피벳>의 인물과 줄거리에 대하여 살펴보자. 12살 천재 소년 T.S 스피벳의 비극과 상처와 극복을 위한 결심을 바탕으로 시작한 기차여행. 그 여행은 미국횡단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포장된다. 

 

여행을 통해 얻게 된 신기한 풍경을 로드무비의 형태로 보여주고, 그것을 바라보면서 느낀 자아의 성장을 간결하게 정리하면서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자아의 성장은 가방 안에 넣어 두었던 어머니의 책(책 속의 주인공 엠마 오스터빌)과 함께 한다. 이 책을 통해 스피벳 선조의 상황(왜 스피벳이 도해에 소질을 보이게 되었는가?)과 스피벳의 현재 상황을 교차시켜 스피벳의 여행기에 과거와 현재가 텍스트에서 만나는 평행이론적인 암시를 부여했다. 

 

작가는 이러한 평행이론적 구성에서 드러나는 부조리한 상황을 포착했다. 그것을 사실적으로 그리기도 하고 풍자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부조리를 공개하며 레이프 라슨 작가는 사회에 대하여 발칙한 메시지를 남긴다. 그것은 바로 "공정한 기회와 자격의 부여"였다. 성, 인종, 나이라는 장벽을 걷어내는 것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뛰어난 스피벳 가문 사람의 온전한 능력치을 인정하지 않고. 그 능력을 차별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대하여 작가는 불만감을 표시하는데, 그 대상은 기득권 싸움에 취해서 정부로부터 눈먼 돈이나 뜯어낼 궁리에 몰두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과학단체. 스미스소니언협회였다.

 

어찌 이것을 과학계 한 분야에만 해당된다고 할 수 있겠는가? <스피벳>은 공고하게 권력을 다지면서 뒤로는 엉뚱한 짓을 벌이고 있는 불특정한 다수의 단체에 대한 경고장이었다. 그래서 "발칙한 소설"이라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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