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인
이상문 지음 / 책만드는집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대선이 끝났다그리고 결과에 대해서 많은 말들이 오간다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바로 하루 전의 트위터에는 갑작스런 경험론적 관점에서의 논쟁이 불거졌다경험해보지 않았으면 그들에게 뭐라고 할 수 없다는 논조의 글이었다.

 

나는 이 글을 경제성장을 이뤄낸 대통령의 향수에 기인한 선택을 무턱대고 비난하지 말아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사실 투표결과에 대하여 비난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비난하려고 하지도 않았다우리에게 부여된 과제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양극화된 투표결과에 대한 세대 간의 이해라고 생각했다.

 

2. 이상문의 <황색인>은 요 며칠 내가 가지고 있던 고뇌를 어떻게 알았는지 톱니바퀴를 맞추듯 적당한 시기에 찾아와주었다. <목수의 연필>의 커버에 새겨진 문구어떤 역사책보다 이 소설을 읽는 것이 역사를 이해하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문구가 <황색인>의 책장을 넘기는 내내 떠올랐다.

 

베트남의 역사가 궁금해서 관련 서적을 검색해봤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황색인>의 액자소설화 된 일부분에서 월남의 역사를 고스란히 옮겨두었기 때문이다그것은 외세의 힘겨루기 속에서 왕정복고를 이루려 했던 띠엔의 쭝똑마우홍이라는 단체가 제 삼자인 박노하 병장에게 의도적으로 학습시키려 했던 내용이기도 했다.

 

3. 프랑스의 식민지로 살았고세계대전이 종료된해방 이 후에도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그들의 역사는 우리가 일제의 지배 속에서 살았고, 해방 후 미국과 소련의 이데올로기 싸움과 그 대립을 이용하여 권력을 움켜쥐었던 역사에 대한 환유적인 장치로 보였다.

 

띠엔의 쭝똑마우홍은 이데올로기로 양분된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의미도 모른채 우왕좌왕 헤매던 많은 사람들에게는 민족자결주의와 같은 진실된 등불이라고 생각된다다소 과격하긴 했지만 말이다.

 

만약그 등불이 꺼지게 된다면 건널 수 없는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영문도 모른채 마치<암흑의 핵심>에서 묘사한 것과 똑같은 풍경을 자신의 손으로 재연해야 할 것이고그 충격으로 비극적인 삶을 마감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엿보였다.

 

4. <황색인>에서 박노하 병장은 이러한 경고를 보았다그는 다행스럽게도 베트남의 역사를 이해하려고도 노력했다그들의 역사와 그들의 투쟁을 이해하고는 간섭하지 않으려고도 했다. 그들 모두를 적과 동지가 아닌 인간으로 바라봤다.

 

타자를 바라보는 동안 자신에게 내재된, 태생에 관련한 비극적인 진실도 알아버렸다.그렇지만 그는 진실에 맞서기로 했다. 그는 계속해서 진실이 적힌 편지지를 읽을 것이었다전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였다이것이 <황색인>이 전하고픈 교훈적인 메시지였다.

 

5. 하지만 현실은 이상을 따라와주지 못한다. 그것은 불변의 진리다. <황색인>이 비추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다. 박노하 병장의 경우보다 훨씬 더 높은 가능성의 경우를 지닌.  직접적으로 전투에 참전했던 군인의 경우를 유추해본다.

 

그들. 즉, 참전 군인 다수의 정신은 황폐해져 간다극한의 공포와 마주한 그들의 뇌는 파충류화 되어간다. 그들 중 일부는 허만호 병장처럼 되었고, 또 다른 이는 그곳에 마취제를 바르면서 라이따이한을 잉태시켰다

 

이러한 아픔을 공유하는 세대가 바로 50대 이상의 세대인 것이다. 누군가의 판단에 의해 강제로 파견되었던  그들은 그렇게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여전히 그들이 짜놓은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