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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별을 먹자 - 일본 ㅣ 세계숨은시인선 4
나나오 사카키 지음, 한성례 옮김 / 문학의숲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1. 요즘은 이상하게 단문에 끌린다. 구구절절 토로하는 문장의 짙은 숲을 걷는 것보다한 문장에 담겨있는 의미를 음미하면서 숨어있는 무엇을 파악하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내 멋대로 생각을 만들어내어 이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래서 시가 좋다. 나홀로 절정으로 치닫는 묘사와 상징은 사절이지만 말이다.
2. <우리 별을 먹자>의 나나오 사카키. 처음 듣는 시인이다. 누군가 내게 아무아무 시인을 아느냐 묻는다면 모른다고 답할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글을 장식한 이문재 시인도 그에 대해서 말하기를 처음 들어본 시인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는 이문재 시인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
그래서 그저 즐겁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원점에서 출발해서 하나의 깨우침을 얻어가겠지 싶은 마음. 그리고 그 여정을 상상하는 것이 즐겁다.
3. <우리 별을 먹자>를 일독한 후, 전혀 모르겠다고 고백했던 내가 처음 느낀 것은 작가가 품은 넓은 시야에 대한 존경심이었다. 시야? 그는 과연 눈으로만 봤을까? 아니.그는 의식으로 사물을 바라본다. 보고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순간 의식한다. 마치 통역을 거치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외국어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의식은 엉뚱하게 계산적이고 정확한 수치의 표현법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하루에 30Km씩 36년을 걸으면 사람이 달에 도착하는 거리와 같다는 것을 적은 시가 그런 엉뚱함을 말해준다.
계산적이거나 그렇지 않거나와 관계없이 분명한 것은. 그가 느끼는 의식의 첫과 끝 사이의 거리는 무척 광활하다는 것이다. 내딛는 발자국 하나를 보는 순간 달까지 가는 걸음을 생각해내는 것처럼. 예를 든 작품 말고도 꽤 많은 작품이 그러한 확장을 보여준다.
이처럼 작가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것을 생각하고 글로 써내려간다. 점점 더 크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말이다.
4. 그와 더불어 나나오 사카키의 시는 자연 친화적이라고 느꼈다. 작가의 소개글에서그가 월든의 소로우 같은 삶을 살았다는 문구를 발견한다. 차이점을 꼽자면 방랑자와 정착민의 차이지만 가치관은 일치한다. 그래서일까. 인간은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콘크리트 더미가 아닌 자연으로 회귀해야 할 존재라는 것을 알고서 실천하는 작가였다.
그러한 자연 친화적인 생각과 실천을 통해서 작가는 자연과 인간의 현상들을 하나로 이어붙여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방귀벌레>와 <아기토끼>. 그리고 <개구리전투>라는 시가 그런 작가의 성격을 훌륭하게 표현했던 작품이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매우 인상깊게 읽은 작품들이다.
5. 아! 빼먹고 말하지 않은게 하나 있는데 이 책은 산책하면서 읽으면 기똥차게 쏙쏙 머리에 박힌다. 산책이 어렵거든 제자리걸음도 괜찮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야 제 맛이 난다.
6. 나나오 사카키 홈페이지 : http://amanakuni.net/nanao/poem.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