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총통각하
배명훈 지음, 이강훈 그림 / 북하우스 / 2012년 10월
평점 :
<은닉>에 이어 두 번째로 읽게 된 배명훈 작가의 소설이다. 나는 같은 해에 발행된 두 권의 책을 읽으며 같은 작가가 쓴 작품이 맞는지 어리둥절했다. 한숨을 집어넣었다가 내뱉는 행위를 하는 동시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차이점을 어렵지 않게 빈 곳에 메모했다.
우선, 7월에 읽은 <은닉>에서 기억나는 이미지는 회색빛이었다. 흰 눈과 어두운 밤이 교차하는 문장은 시각·감각적으로 잘 벼리어낸 집중력의 산물이었다. 우리가 미처 발견할 수 없는 공간 사이에서 악마가 불쑥 튀어나오는 그 순간적인 포착에서의 집중력.그 순간을 담은 문장에 매혹당했었다.
그런가 하면 11월에 읽은 <총통각하>에서는 집중력. 보다는 상상력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첫 작품을 넘기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그것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그것과 비교할 법한. 특히 작품 중에서 <바이센테니얼 챈슬러>나 <고양이와...>같은 작품은 그런 성격에 가깝기도 하다.
<혁명이 끝났다고?>처럼 그렇지 않기도 한 작품들이 섞여 있지만 말이다. <혁명이 끝났다고?>는 이 단편에서 가장 현실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서술되었지만 작품이 가진 개성을 분류해서 나눴을 때는 가장 예외의 작품이었다.
대체로 <총통각하>에 실린 작품의 세계관은 사실주의 세계관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공간이었다. 미래도 상상하고, 과거도 상상하고, 존재하지 않는 세상도 상상한다. 이처럼 시공간을 뒤섞어놓으며 우회적으로 사회를 풍자한다. 이러한 의도는 아마도 어떤 상황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는 그것을 잡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총통각하>의 단편을 읽으면 현 사회의 불평과 부조리를 바탕으로 글줄이 술술 풀려나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대통령이 된 그분의 업적(?)을 영감으로 삼은이 소설이 비난하고자 하는 바는 사람의 잘못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것에 기생하는 권력에 대한 비명이었다. 따라서 <총통각하>는 권력욕을 부추기는 보이지 않는 공간 속의 악마들에게 내뱉는 사자후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을 시간이 왔다. <은닉>과 <총통각하>는 분명 같은 작가가 쓴 작품이라는 것을. 배명훈이라는 작가는 ‘악’의 근원을 탐색하고, ‘악’의 드러남을 표현하고, ‘악’의 등장에 맞서도 쉽사리 굴하지 않는 존재를 그려내는 것을 고심하는 작가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