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올리버 색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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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신경학은 내적인 것(주체의 내적인 경험내적인구조주관성)을 배제하고 전적으로객관적인’ 연구를 하는 것, (물리학처럼공개적이고눈에 보이고증명이 가능한 것만 전적으로 다루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다 

 

1. 그러므로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는 학문의 기준으로 봤을 때 이단적이었다하지만 그 이단이 오히려 우리에게 더 친숙하다. 왜냐하면,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가 사고를 당해 환자가 되어야 했던 불가피한 상황에서 느낀 내적인 것(주체의 내적인 경험,내적인구조주관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작품이기 때문이다환자의 관점에서 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2.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는 작가와 비슷한 사고를 당해 몸의 한 부분에서 단절감을 느낀 사람들거기서 파생되는 내적인 것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감정들이 환자라면 당연히 느낄 수 있는 생각이라는 것을 알림으로써 위안을 주려는 목적을 가진 책이었다.

 

게다가 이러한 내적인 것이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서 논리적인 견해를 밝힌다. 사고로 인해 단절된 의식과 인간의 고등한 의식(시간과 공간을 개인화할 수 있고생각할 수 있고, 그것을 언어로서 표현한다.)이 만나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3. 이 책에 따르면 왼쪽 다리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그것을 다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무의식적으로 왼쪽 다리를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만약사고를 당한 부위를 가만히 내버려둔다면 단절감과 좌절감은 더욱 깊어진다. 실제로 작가가 그러한 경험을 했고내적인 것을 어떤 문학작품보다도 훌륭하게 보여준다.

 

작가가 처한 이 상황을 슬럼프에 빠진 상태(자꾸만 내면에 대화를 걸어서 의식가능한 세계가 좁아지는 현상)에 대입해보자면슬럼프가 찾아왔을 때그것에 깊이 빠져들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외부적인 영향력이 미치는 환경에 노출한다면 쉽게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4. 슬럼프 하니까 <마의 산>이 생각나는데토마스 만의 <마의 산>에서도 주인공 한스 카르토르프가 순전히 사촌의 병문안을 갔다가 결핵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나서부터 늪에 빠진 사람처럼 허우적대는데, 자신의 의지로 극복하기 전에 누군가가 그를 바깥으로 꺼내봤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그랬으면 7년이라는 시간을 아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5. 결국이런 성격의 내적인 것은 겪지 않으면 좋지만, 혹시나 겪게 되었을 때 그것이 어떤 과정에 있는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나 <마의 산>같은 책은 경험을 했던 사람으로의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우리에게 대응책을 알려주는 선배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지 않은가이와 유사한 사고를 통해서 내가 느끼는 내적인 것은 대부분이 크게 다친 것은 아닐까 혹시 불구가 되면 어쩌나와 같이 모호하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머릿속이 뒤죽박죽일 때, 그러한 일그러진 상태에서 발생하는 이 내면적인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을 안고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들이 별것도 아닌 걸로 병원에 찾아왔다는 아주 태연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때, 그리고 응급 환자가 아니라 그냥 병실에 누운 일개 나일롱 환자 취급을 할 때, 의사와 환자 간의 극복할 수 없는 거리감을 느낄법도 하고, 실제로 그런 경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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