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만화로 읽다 - 학교, 미술관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미술 이야기
장우진 지음 / 북폴리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1. 아는 것이 힘이다.”를 택할 것인가 모르는 게 약이다.”를 택할 것인가? <미술만화로 읽다>를 읽고 나서 갑자기 양자택일을 하고 싶어졌다이것은 경험적인 깨달음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불리한 상황을 잊어버리기 위한 선택도 아니다.

 

미술이라는 이름의 예술미술관의 예술 작품을 구경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매체 속의 예술. SNS를 통해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예술예를 들어 낸시랭의 팝아트 같은최근에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벌인 신음소리 같은 다소 괴이한 퍼포먼스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모르는 게 약이라면 낸시랭이라는 사람은 대중에게 관심받고 싶어 안달이 난 여자 취급하면 그만일 테고아는 것이 힘이라면 그래도 그녀의 행위에는 지하철역이라는 특수한 장소에 스며든 남성성 (가령쩍벌남이라든지담배를 피우면서 보행하는 아저씨에게 라든지그것도 아니라면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일삼는 변태들 들으라고)에 대항하려는 의지가 있는그래서 페미니즘적인그리고 아방가르드스러운 퍼포먼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퍼포먼스를 보면서 행위 자체가 아니라 낸시랭이 행위를 하게 된 의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당사자가 충분히 인지하고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그것을 SNS의 짧은 동영상을 통해 접하고 나름대로 추리해낸 이 의도가 예술비평가들이 예술작품을 보며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뱉어낸 비평처럼 정작 작품을 만든 사람은 생각지도 않았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진 사례들도 있다는 것을 <미술만화로 읽다>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3. 시뮬라크르시뮬라시옹? (시뮬라시옹은 시뮬라크르가 작동하는 것을 말하는 동사라고 한다.) 임성순 작가의 <문근영은 위험해>라는 소설에서 등장한 용어라서 기억하고 있었다이 소설에서는 사회의 루저로 그려지는 오타쿠가 여럿 등장하는데 그들이 여신처럼 받드는 TV 속의 문근영이 실재가 아닌 복제물이었다는 무서운 결론을 맺으면서 이 세상에 실재는 존재하는 것인지그들이 사는 세상이 어쩌면 전부 시뮬라크르의 범벅이 아닌지에 대한 심오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소설은 사람들에게 병맛같다고 많은 까임을 당해서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던 작품인데, <미술만화로 읽다>에서 소개하는 개념들특히 포스트 모더니즘에 관련한 이야기들과 연관지어보니 임성순 작가가 추구하는 방향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는 지금껏 출간된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토로하는 소설보다 좀 더 새롭고비판적이면서도 사실적인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이다.

 

4. 이러한 단상이 <미술만화로 읽다>를 읽고 떠오른 것들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 예술과 대중 예술의 장벽이 무너진지 오래된. 이제는 대중 예술을 통해서 순수 예술을 접하는게 더 익숙해진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만화로 기획된 이 책을 더 오래 붙잡아 둘 것 같다는 예감을 받는다왜냐하면, 나도 그들처럼 현재를 계속 파괴해야 존재할 수 있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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