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인간 - 인간 억압 조건에 관한 철학 에세이
마우리치오 라자라토 지음, 허경.양진성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1. 책을 읽은 후. 서평이랍시고 감상을 남긴 이래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책을 만났다남들이 다들 어렵다고 말하던 <과학혁명의 구조>나 <이기적 유전자>. <종의 기원>같은 책을 읽을 때도 이렇지는 않았는데<부채인간>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가 되었다는 정도 밖에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 책을 읽고 <화차>나 <피에타>같은 영화의 장면이 떠올랐다는 다른 분들의 감상을 읽었다나 역시 <피에타>의 한 장면. 돈을 빌려준 이가 돈을 갚지 못하는 자의 팔을 아무렇지 않게내 돈을 쓴 댓가로서 정말 당연하다는 듯이 기계 속에 집어넣고 비틀어버리는 장면에서 채권자와 채무자의 계급나누기의 모순을 엿볼 수 있었다. 

 

2. <부채인간>이라는 책에는 뭔가 많고 복잡하고 전문적인 용어로 설명하는데(니체의 글. 들뢰즈와 가타리의 글. 푸코의 글을 인용. 그러나 그에 대한 개론은 생략된). 그 이야기들이 계속 반복된다는 인상그래 그렇군했는데 어라?또 나오는군이 얇은 책에서 열 번 이상 그런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다.

 

3. 화폐의 정의. 신용이라는 것.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그 관계에서 무의식적으로 피어나는 죄의식채무에 발목이 잡혀버린 그들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성공은 나의 탓실패는 나의 몫의 풍조그래서 그들은 부채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게으름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신자유주의. 그리고 그 구조적 모순에 대한 비판.  

 

이런 구조가 국가적인 범위로까지 발전하여 그리스의 더운 기후 속의 나태한 국민의식 때문에 국가부도위기에 직면했다며 세계인들은 비웃고은행과 정부와 정치권력그리고 기업은 암묵적으로 이런 불평등관계를 부추겨 빚을 가진 상태로 태어난 존재로 만들어버리는그렇게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본주의 의식과 부채의식 속에 자라나야만 하는이런 이야기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계속 이어진다.

 

4. 이 책에서 단 하나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화폐의 기원에 대한 통렬한 패러다임 부수기였다지금껏 우리는 학교에서 화폐는 물물교환을 하던 시대곡식이나 동물의 그 거대한 부피를 간소화하고교환의 편의를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부채인간>에서 말하기를 태초에 화폐라는 것은 교환이 아닌 청산에 대한 증표로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애초부터 교환의 개념이 아니라 부채의 개념이라면. 화폐란 빚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되고많은 화폐를 쓴다는 것은 보유한 미래가 감당할 수 있는 지반이 탄탄하다는 의미가 된다그렇게 진화하여 오늘날 한 사람의 신용을도덕성을능력을 나타내는 기준이 되는 것이라는 설명은 자연스러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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