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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 개정판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 겉으로 보면 이 책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월간 사보의 단편소설을 엮은 소설집이다. 그것을 분석적으로 살펴본다면 일인칭 화자가 바라보는 미스터리한 삶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본다면 화자 ‘나’가 살고 있는 1990년대일본 사회의 풍경들이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추리소설가가 쓴 일본 사회(그 속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들)를 느낀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겉으로만 읽거나. 읽다가 중간에 멈춘다면 이 책은 별 세 개 정도도 아까운 책이다. 단편의 문장 호흡도 기다란 편이고, 내 기준에서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첫 번째 장에서 벽에 총이 걸려 있다고 설명했다면, 두 번째 장이나 세 번째 장에서는 반드시 총이 발포되어야 한다.”
2. 이것은 안톤 체호프가 작가들에게 했던 말이라고 한다. 복선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복선을 독자가 미리 알아차리면 맥이 탁 풀려버린다. 전체의 이야기는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그 복선이 언제 터질까만 궁리한다. 그러므로 복선은 소설을 서술하는데 상당한 제약을 가하기도 한다.
갑작스레 이러한 전제를 깔아놓는 이유는. 그렇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 복선이기 때문이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복선을 놓을 수 있는 모든 부분. 미처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곳에 이 장치를 심어두었다. 그것을 이야기하기란 매우 곤란하다.
힌트를 준다면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사람 이름 하나. 그리고 소설의 전체적인 틀인. 플롯에까지 지배력을 행사한다. 그렇게 심어둔 복선들을 일부러 오발시키기도 하고, 터트린 곳에 또 한 번 터지게 하는 등. 그야말로 새롭게 접하는 경험이었다.
3.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은 사보에 싣기 위해 어렵게 섭외한 무명작가의 단편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떤 사람을 위한 단편이었다. 그리고 만약 내가 단편집을 읽기를 원했던 바로 그 사람이라면이라는 가정을 시작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왜냐하면, 사보에 실린 이 단편을 읽는 그 사람은 예고치않게 지난날의 범죄를 고발당하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겉모습은 엉뚱, 기발, 오싹한 각각의 단편이겠지만 말이다.
4. 본격이라는 장르는 소설로는 처음 읽어봤는데, 이 소설에서 사용한 플롯( 알고 보면 복수라던가. 글에 대한 의견이 궁금한 한 사람을 위해서 쓰였다던가.제삼자에게는 일부러 잘못 해석할 중의적인 표현을 제공해서 완전히 다른 결론을 유도하는 트릭들)같은 경우에는 순문학에 적용해도 전혀 손색없을 만큼 뛰어난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역자분의 말마따나 단편 속에 자리한 일본의 문화에서 파생한 복선과 암시를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온전한 해석이 어려웠던 부분은 조금 아쉬웠지만, 소설 자체의 틀만을 재봤을 때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온 작품임이 틀림없다.
5. 재미있는 본격 추천 좀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