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브
알렉스 모렐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1.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던 제인 솔리스는 어째서 그토록 강렬한 생존본능을 발휘하였는가? 라는 물음이 좀처럼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아마도 그녀에게는 나만이 나를 죽게 할 수가 있는 존재라는 일말의 자의식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그녀의 선조가 대대로 그래왔던 것처럼 그 피를 이어받은 제인 또한 나를 버릴 수 있는 존재라는 증명을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한편으로는 자살이 아닌 사고사로는 나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섣불리 재단했던그들이 정해놓은 기준으로 했던 치료가 착오였음을 비난할 수 없으므로 또 한 번의 증명을 위해 살아야 했다.

 

삶을 이어가기를 포기했던 그녀 대신에 삶에 대한 의지와 기대감으로 가득했던 사람들의 시신을 보는 순간그녀의 마음에 죄책감이나 부채감이 생겨났기 때문에 그녀는 살아야 했다.

 

운 좋게 살아남아 정신없이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그녀를 필요로 하는 폴 하트의 절박한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에그 후폴 하트와의 동행으로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을 알게 되었고이로 인하여 삶에 의지가 생겨났기 때문에 그녀는 그와 함께 살고 싶었다.

 

2. 제인이 그곳을 탈출하여 비행기에 몸을 싣고사고를 겪게 된 경험은 토마스 만의 <마의 산>에서 카스토르프가 산에서 내려오기를 결심하게 된 기나긴 과정을 완전히 생략한 채 전쟁터에 참가했던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두려움이란 선택권이 있는 사람이나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다선택권이 없다면두려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그저 할 일을 하면서 계속 나아갈 수밖에.”

 

제인은 카스토르프와 같은 깨달음을 가지진 않았지만그녀가 처한 극한의 조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뿐이었다재난이 닥쳐온 순간부터혼자 남겨진 순간까지 그녀는 분명히 두려웠을 것이다그러므로 책의 맨 앞에 적힌 글귀를 받아들이지 않겠다.

 

3.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말은 <서바이브>의 메시지살아남기 위해서는. 혹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죽음의 값을 도박으로 지불해야만 하는 극한의 고통이 필요하다또는 그런 과정을 겪어봐야 한다는 다소 보수적인 사고를 받들지 않겠다는 의미와도 같다.

 

이 책에는 분명히 극한의 경험 이외에도 두 사람이 힘을 합쳐서 극복할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이 상당부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제인에게 비행기 사고와 혹한의 자연의 극복만을 계속 요구하는 부분은 어린 여자아이에게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과제였다.

 

4. 이러한 판단은 사실 매우 어렵다그렇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비행기 사고가 일어났다면 그들은 그곳을 멀리 떠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자꾸만 어떤 이유를 들어 구조받기 위해서 무리하게 올라가려고만 하는데폴의 의견처럼 구조대가 사고 지점을 찾지 못할 것이란 그들의 판단에 다소 의문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구조대가 도착하기 어려울 정도의 환경을 두 어린아이가 도대체 어떻게 뚫을 것이란 말인가?

 

물론 문학을 사실이 아닌 허구로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이 책의 경우처럼 조난기를 다룬. 그리고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이야기를 할 때는 조금 더 사실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재미를 포기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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