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재익, 크리에이터 - 이재익

나 이재익, 크리에이터 - 소설.영화.방송 삼단합체 크리에이터 이재익의 거의 모든 크리에이티브 이야기
이재익 지음 / 시공사 / 2012년 8월

1. 이재익. 그가 시나리오 작가, 라디오 PD와 소설가의 삶을 동시에 살고 있단 사실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의 문학 세계를 접하기 전 자연스럽게 수집했던 정보다. 그렇지만 나는 그의 소설을 읽을 때는 철저히 소설가 이재익의 글을 읽는다.

그가 시나리오를 쓴 어떤 작품이 흥행이 되었건, 그가 담당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어떤 창의성을 불어넣어 청취율을 끌어올렸는지는 나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가 소설가로서 어떤 세계관과 철학과 문장을 쓰는 작가인지가 훨씬 중요하다.

2. <나 이재익, 크리에이터>를 읽고, 그의 글에 묻어있는 솔직함이 가장 먼저 다가왔다. 그가 말했던 크리에이터의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인 ‘진정성’은 크리에이터를 소개하는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문장 스타일이 자연스러웠고, 이러한 자연스러움에서 인간 이재익을 만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탄생시킨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일단 제쳐놓고 작품의 메이킹 전 과정을 스스럼없이 공개해 준 점에 감사하다. 영감을 받는 과정(아이디어 관련 도서에 실려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가공했는지에 대한 고백.

특히, 하나의 이재익과 또 다른 이재익의 대화가 브레인스토밍의 형태로 발전하고. 그 결과 나뭇가지처럼 아이디어가지가 하나씩 붙어가서 줄거리가 완성되는 장면. 흥미로웠다.

시간관리의 비법 중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정하는 대신. 하지 않아도 되는 상관없는 일을 제거하여 시간을 만드는 방법. 훌륭한 발상의 전환이고, 실천하기도 쉬울 것 같았다.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니까. 

레퍼런스 라이브러리 이것도 좋은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이 챕터를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책을 읽고 이렇게 감상을 남기긴 하지만 특별하게 다가온 작품을 특별하게 대접하지 않았다는 반성을 해본다.

3.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있는 한 단어가 있는데 그것은<질주>다. <질주 질주 질주>라는 그의 첫 장편 소설의 원제목이다. 그 작품은 군 생활 시절. 그가 사랑했던 여인의 생일 선물로. 단 한 사람을 생각하며 써내려간 장편소설이었다고 한다.

너무나도 낭만적이지 않은가? 그녀에게 바친 이 소설을 혼자 보기 아깝다는 그녀의 의견으로 문예지에 응모했다가 덜컥 등단한 젊은 작가. 일찍부터 유명세를 치르게 하여 그를 자만에 빠지게 한 그 소설. 지금은 절판된 그 소설. 다행스럽게도 인터넷 중고서점을 통해 무사히 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