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로스 & 토르소
크레이그 맥도널드 지음, 황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1. <토로스&토르소>. 이 작품은 1930년대 초현실주의 예술품을 모방하여 벌어진 블랙 달리아라는 사건을 모티브로 탄생했다고 한다그래서 이 소설은초현실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해석을 전제로 깔아놓고 시작한다나는 그렇게 느껴졌다.

 

초현실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란 그 당시의 패러다임(우리가 순문학이라고 일컫는)에 대한 비판에까지 영향이 미치는 것 같다초현실주의라는 것이 현실을 초월한 인간의 잠재적인 상상력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행위인데 이러한 것들이 갑자기 툭 하고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1930년 그 이전의 철학과 문학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을 초월하려 했던 이들초월자를 갈구했던 니체에서부터 시작해서 스스로 초월자가 되기를 원해서 의식을 흐름이라는 기법을 사용했던 작가들마르셀 프루스트제임스 조이스버지니아 울프그리고 존재와 자아의 연결에 대한 개별성을 이야기했던 사르트르와 같은 실존주의자처럼 그 시대의 사상을 이루고 있던 자들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간과하고 있었던 점은 아무리 내면의 추상적인 어떤 것을 형상화 시킨다고 하더라도 초현실주의의 본질은 현실이 아니라는 것인데초현실주의자들은 초현실을 현실보다 한 단계 높은 영역으로 생각한다는 것.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진 무리가 마치 귀족인 것처럼 계급을 나눠서 자신이 더 높은 차원의 인간임을 증명하려 드는 행태를 <토로스&토르소>는 비난하는 것이다.

 

2. <토로스&토르소>는 초현실주의에 광적으로 열광했던 집단에게 예술과 살인의 공통점을 이야기하면서 초현실주의의 현실화는 결국 강력범죄라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작가는 그들에게 초현실은 초현실의 범주 안에서만 예술로 인정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흥미롭지 않은가불후의 고전이랍시고 떠받드는 자들이 보인 틈을 놓치지 않고 물어뜯는그 세계의 한가운데로 하나의 자아를 게임의 만랩 캐릭터처럼 만들어서 접속하듯이 들어가서 순문학적인 서술 특성을 배제한채, 책 한권을 저술한 사람이 순문학을 하는 자들이 괄시를 마지않는 장르문학을 쓰는 작가라는 사실이?

 

3. 비록, 광적인 초현실주의자들은 비난받을지언정 <토로스&토르소속에 첨부된 예술에 대한 여러 정의를 바라보고 있으면 예술이라는 장르는 정말로()’이라는 요소가 갖추어져야 성립되는 요소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그렇다만약예술의 세계조차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의 평탄함을 보여준다면. 예를 들어, 고도의 리얼리즘을 표방했던 먼 과거의 예술사조만 떠올려봐도  그것을 대하는 이들에게 작가가 전달하고픈 어떠한 감정을 불어넣기가 어렵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어떤 작품은 정말 우리의 일상처럼 잔잔한 풍경을 담백하게 나열하는 것들도 있다하지만 그런 예술은 우리가 어떤 을 기대하고 바라봤는데 그렇지 않음을 표현하는 에 대한 이 가져다주는 반전 때문에 소름이 돋는 것이지 그 자체가 소름이 끼칠만한 요소는 없다고 생각한다.

 

4. 그러므로 <토로스&토르소>는 한편의 딜레마 같기도 하다자신의 소설 같은 인생을 사는 소설가’인 장르문학 소설가가 자신의 소설이 이루는 현실이초현실의 영역으로 변질되어감을 느낄 때순문학의 패러다임을 비판하던 장르문학가 자신도 어느새 그 패러다임에 절반쯤 발을 담그게 되었다는 사실을더는 자신의 소설 같은 인생을 살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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