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사계절 1318 문고 78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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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맨홀>은 의 내면이다모든 사건을 의 눈과 생각을 통해서만 바라볼 수 있다그런데 문제는 ’가 바라보는 관점들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고 거짓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에 있다다시 말해서 의 내면이 소유한 관점은 다소 부정적인 측면에 가깝고 흔히 사람들은 이것을 염세주의라고 일컫는다.

 

맨홀의 좁으면서도 깊고그리고 어두운 구덩이처럼이 <맨홀>의 구성도의 깊고 어두운 유년시절의 구멍을 표현한 것이다한 인간의 의식에서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위치한 <맨홀>의 뚜껑을 열고 그 안을 들여다보는 행위와 가깝다이처럼 <맨홀>은 맨홀이라는 단어를 아예 소설 전체에 입힌 것처럼 어둠만을 보여준다. 그래서 읽기 거북한 책이다.

 

2. 개인적으로 인간이란 존재는 이런 염세적인 생각들을 와 같이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 일부러 그 생각을 상기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이다.우연하게 찾아온 비슷한 순간에 그러한 생각과 의식이 잠시 떠오르고 말 뿐…….

 

그러므로 역겨운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겪었을 때그 이면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알아차림으로써 자연스레 찾아오는 구역질과 냉소는 찰나의 순간에 흘러나오는 것에 그치며되새김질한다고 해도 찰나의 재활용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그 재활용의 시간 역시 아주 잠시의 순간일 뿐이지찰나를 영겁의 순간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의 머릿속을 통과하는 부정적인 관념들은 잠시 흘러나올 뿐 모든 시간과 장소에서 의 의식을 옭아매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맨홀>의 가 내뱉는 의식 대부분은 역겨운 상황을 기억하는 순간을 서술하며더 나아가 찰나의 순간을 일부러 지속시키려는 노력을 벌인다.

 

3. 나는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이것을 작가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끊이지 않고 일어나던 가정폭력과 이런 부조리함에 저항하지 못했던 가족들의 나약한 대응방식으로 한 어린 소년의 인성이 이토록 불안한 상태(모든 순간 의식을 옭아매는 염세적인 생각들)에 빠지게 되었다고…….

   

저자는 계속해서 말한다<맨홀>같이 어두운 상태는 에게 다가오는 사건마다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역겨운 경험은 되새김질과 구역질그리고 냉소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이 낳은 의식이 새로운 사건의 결과에 또다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염세주의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파생시킨 환경이 문제다맨홀이 문제가 아니라 맨홀을 방치시킨 환경이 문제다맨홀 속만 볼 것이 아니라 맨홀을 둘러싸고 있는 주위 환경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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