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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먼 여행 ㅣ 아시아 문학선 2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2년 7월
평점 :
1. 특이하지 않으면서도 특이한 구석이 있는 소설이었다. 짜인 틀. 정확한 플롯대로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아닌. 마치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길이 없는 현실처럼 예측할 수 없는 하루하루가 닥쳐왔다. 그로 인해서 <그토록 먼 여행>의 중구난방으로 퍼져 나가는 이야기가 뚜렷하지 않았고 따라서 이 모든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었다.
2.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작품다웠다. 전 세계인의 삶을 다루는 소설이라는 의미로 생각했을 때, 조로아스터교를 믿는 인도의 소수집단 파르시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부커상 수상작 <영국남자의 문제>가 영국 사회의 유대인 집단과 그 언저리를 다룬 것처럼. 다수의 삶이 아닌 소수의 삶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속에서 구스타드 외 각 등장인물은 인생의 방향타를 어떻게든 찾아보려고는 하는데, 인도의 시대 상황에서는 이게 여간 까다롭지 않다. 그렇지만 각 인물은 그 시대 안에 존재하고 시간은 흘러간다. 소설은 그 시간과 시간 속의 인물을 다룬다.
3. <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서 이야기했던 자유간접화법이 <그토록 먼 여행>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소설을 이루는 등장인물 각각에 집중하고 그 인물에게 알맞은 언어를 사용하여 인물의 개성을 창조해내는 방식. 그것이 바로 제임스 우드가 이야기했던 좋은 소설의 사례라고 한다면 이 소설은 좋은 소설이 틀림없다.
4. 이 소설은 중년의 인생을 다룬다. 모 드라마에서처럼 혼자가 아닌. 자신의 어깨에 한 가정의 평화를 짊어진 남자의 일상을 다룬다. 거기에는 사랑과 우정과 배신. 그리고 상실이 있다. 지켜야 할 것이 많아 보이는 그에게 찾아오는 상실은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가슴이 먹먹했고,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에 힘들었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5. 이 소설은 인도의 현대사에도 눈을 돌리게끔 한다. 나는 자와할랄 네루의 이름은 간디만큼이나 평화의 상징물이라고 생각해왔었다. 그 이유는 그의 저작물이나 <네루의 우편배달부>처럼 그의 이름 가져온 작품 같은 데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자전적인 요소가 짙게 풍기는 이 소설의 내용이 100% 허구가 아니라면 나는 네루와 그들의 자손에게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국민으로 하여금 정치를 더러운 것으로 느끼도록 만든 장본인이 그들이라면 그들은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만 할 것이다.
6.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이 5툴 플레이어라고 생각한다. 문학의 5툴은 어떤 요소가 있는지 따로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지금 느낌으로는 이 소설의 빈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빈틈이 없다는 것이 바가지를 들고 허공에 있는 것을 담는 행위처럼 추상적으로 다가오지만, 문학작품이 요구하는 대부분의 요건을 충족시킨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