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흔아홉 ㅣ 작가정신 소설락 小說樂 2
김도연 지음 / 작가정신 / 2012년 6월
평점 :
“맙소사!”
<설국>의 이미지를 이 책에서 강하게 느낀 터라 부랴부랴 책의 첫머리를 찾아 인터넷 서점 미리 보기로 다시 들어갔다. 배송되어 온 책의 앞부분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17페이지의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맙소사였다.
<설국>이 한 여행자와 그가 겨울이 찾아올 때마다 방문하는 지방의 게이샤와의 불륜(?)을 다룬 소설이고, 이 책 또한 한 남자가 아내를 두고 Y라는 여자와 외도를 하는 내용을 다룬 소설인데,설국에서 느껴지지 않았던. 미처 느낄 수 없었던 혐오스러운 감정이 소설 <아흔아홉>에서는 드러난다.
그것은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부인이 쪽지 하나 남기지 않고 집을 비웠고, 일 년이 넘도록 연락조차 닿지 않는 그녀의 존재가 그의 의식 속에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존재감을 붙잡아두기 위해 아내의 친구를 등장시키기도 하는데, 이처럼 마음속 한켠의 죄스러움과Y에 대한 욕망이 뒤범벅된 감정이 그의 내면에 남아 있고, Y 역시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터라.두 사람은 마음껏 행위를 즐길 수가 없고, 그를 바라보는 독자의 입장도 매우 불편하다.
이 불편한 감정을 김도연 작가는 “동시성”이라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이게 기가 막히게 절묘하다. 이런 기법을 소설용어로 뭐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방식을 단순히 말하자면 눈으로 바라보는 것. 귀로 듣는 것. 그리고 생각하는 것. 즉 오감에서 표출되는 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그려진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것은 음악이 흐르고, 몸을 움직이고, 무언가를 듣고, 어떤 생각을 떠올린다”와 같이 정돈된. 순차적인 방식으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만약 어떤 음악이 들려온다고 치면 그 노래의 가사를 서술하고, 그 음악이 흐르는 시간 사이사이에 들려오는 옆 사람의 대화.눈으로 보는 이미지를 이리저리 끼워 넣는 형식으로 표현하고, 그런 방식을 반복해서 전개된다.
따라서 이런 문장을 읽는 동안 상당한 혼란스러움이 몰려온다. 소설이 어렵다기보다는 무엇을 말하는지 좀 명확하지 않은 편이다. 특히, 그가 혼란에 허우적거리는 앞부분이 더욱 그러하다.거기에다가 짜여있지 않은 듯한 불규칙한 시점의 이동은 이를 더욱 가중시킨다. 이를 통해 독자가 눈으로 읽는 문장에서 그의 감정이 혼란스럽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표현된다는 점이 신기했다.
이런 특이한 서술 방법과 훌륭한 문장력 그리고 자주 의인화한 사물과 동물. 그리고 군데군데 <파리대왕>처럼 성행위 장면을 연상시키는 서술표현에도 불구하고, 욕망을 감추지 못하는 그의 무능한 모습과 일 년이라는 기간이 지난 후. 나타나서 모든 것을 포용하려 하는 아내의 결단이 과연대관령 <아흔아홉> 굽이를 돌면서 쏟아 낼 수 있을만한 해결책인가? 라는 의문은 있다.
결국, 두 사람. 아니 세 사람 중에 희생(이게 희생인지 아닌지 논란이 있을지도 모르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부일처제의 사회계약으로 봤을 때. 이것은 희생이 생각한다.)해야 하는 이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여성이 이 소설의 결말에 동의할 수 있을지 짐작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