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추구 2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매카시즘이것은 광풍이다중국의 문화대혁명과 같은 성질이다소설 속의 FBI. 그리고 반미활동조사위원회는 홍위병과 하는 짓거리는 좌우만 다를 뿐 완벽하게 같은 모양새를 띄고 있다결국, 인간은 좌나 우나 할 것 없이 똑같다.
 
87. 이번 게임에서 인간적인 윤리 따위는 없어저마다 혼자 책임지고 싸우는 게임이야매카시와 멍청이들이 날뛰는 건 그들이 유리한 패를 쥐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힘들게 이룬 모든 걸 하루아침에 잃게 되는 것만큼 두려운 일이 있을까그들은 어른들의 두려움이 뭔지 아는 거야생계를 포기해야 할지 친구를 밀고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면 누구든 친구를 저버리게 될 수밖에 없을 거야.
 
이 매카시즘이 100. 200년 이전의 작품들과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낸다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토마스 만이나 발자크. 그들뿐 아니라 1700년 1800년 그리고 1900년대 초에 살았던 무수하게 많은 소설가가 지금 아니 1950년대에 살았다면 그들의 소설이 <행복의 추구>같은 이야기로서 풀어나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훌륭하다.
 
303. 시간은 아픔을 무디게 하는 마취제일 뿐이다마취제가 대개 그렇듯 고통을 잠시 잊게 할 뿐 상처를 완전히 아물게 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과거의 수많은 고전과 <행복의 추구>를 열망하는 이 고전스러운 작품과의 또 하나의 차이점은 수면제가 가득 든 약병을 벽난로에다 집어던지는 주인공의 강인한 정신력에서 기인한다. <인간실격>의 요조처럼 사람들이 쓴 가면을 견디지 못하고생을 마감하는 그런 나약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는 그녀가 살아오면서 했던 선택들이 실수투성이고그런 선택들의 결과 때문에 죽을 듯이 아파하지만그런 선택부터가 인생의 시작점이고그러므로 실수투성이의 선택이 반복되는 삶은 어떻게 생각하면 근본적으로는 재앙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행복을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을 전해준다.
 
로맨스 소설이라는 원형에서 훨씬 더 나아가서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부터 비집고 나오는 미국 사회의 부조리를 적절하면서도 세밀하게 잘 버무려놓은 것처럼 느껴진다그래서 나는 더글라스 케네디라는 작가를 좋은 작가로 인정하게 되었다선입견이 보기 좋게 깨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이 책은 희한하게도 남성작가가 1인칭 여성을 화자로 삼고 있는 특이한 소설이다남자인 내가 봤을 때 그가 표현해 놓은 여성상에 큰 문제점을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다반대로 <행복의 추구>에서는 남성상에 결핍이 느껴진다. 전남편의 마마보이 기질그리고 그녀의 사랑 잭 말론의 우유부단함이 그것을 나타낸다.
 
그런 결핍들이 결정적인 실수를 만들어내고 또한 그 실수를 제때 쓸어 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반복적으로 야기하는 것 같았다그의 실수가 새러에게 번지고도 다시 실수가 반복되고……그리고 이런 결핍을 바라보면서 나 역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으로 생각되어 한편으로 죄송스런 마음이 생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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