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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몽 2 - 왕의 전설
김시연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5월
평점 :
2. 이 책의 제목은 이몽(異夢). 말 그대로 다른 꿈이라는 뜻이다. 이몽은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이 각자 원하는 좋은(?) 세상을 꿈꾸는 것을 뜻한다. 철종과 봉이는 정인과 평생 함께할 꿈. 이하응은 안동김씨 세도정치를 타파하고 종친의 조선을 건국하는 꿈.
안동김씨는 그들의 세도정치를 성공적으로 연장하려는 꿈. 풍양조씨는 안동김씨를 쳐내고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꿈. 최제우가 중심이 된 동학도는 왕과 세도가문을 버리고 자신들 만의 세상을 만들려는 꿈. 그 외의 등장인물도 각자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지키려는 꿈을 꾼다.
<이몽>에서는 권력의 꿈을 꾸는 세력들 간의 힘겨루기가 벌어진다. 권력의 꿈에 의해서 철종과 봉이의 단촐한 꿈이 철저하게 짓밟힌다. 봉이가 안동김씨의 꿈에 의해 먼저 희생당한다. 철종은 안동김씨의 꿈 때문에 강화도령에서 갑자기 왕이 된다. 그래서 안동김씨의 꿈으로 철종의 꿈이 짓밟힌다.
1부 261. “껍데기만 그럴듯하지 과인 살아가는 모습이 이 달팽이와 무에 다르겠습니까? 궁궐에서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이 꼭 게거품을 물고 비명을 지르며 소금밭을 기어가는 것 같습니다.”
봉이를 잃고 난 후. 마음을 다잡고 성군이 되고자 했던 철종의 꿈 또한 짓밟힌다. 안동김씨의 힘 앞에 왕의 존재는 미미했다. <이몽>의 김시연 작가는 이 비극적인 왕의 일생을 너무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그녀가 살려낸 철종의 삶에서 마음이 가장 아팠던 순간은 봉이가 화살촉을 맞고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순간은 아니었다. 봉이의 죽음은 철종의 고난을 암시하고 증폭시키기 위한 기폭제와 같았다.
<이몽>에서 가장 슬픈 순간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풍양조씨가 독성이 강한 최음제로 철종을 병들게 했고, 이런 징후와 증세를 알면서도 후손이 업보를 이어받지 않게 하려는 일념으로 자식의 머리가 석류처럼 갈라져 요절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그 엄청난 고통을 가슴으로 감내하려는 철종의 결의가 엿보이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는 자신의 희생으로 안동김씨의 마지막 명맥을 끊어버리려는 꿈을 꾼다.
2부 251. 모든 인간이 돈과 권력 앞에서 인간이기를 포기했다. 배신하고, 술책을 꾸미고, 토사구팽했다. 비정하게 숙청해 살육의 광기를 벌였다. 권력과 이끗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정리도, 의리도, 명분도 다 소용없다. 부질없는 일이다. 세월이 변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변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토록 순수했던 강화도령을 이렇게 만들었나? 권력에 눈이 먼 인간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다. 철종의 비극을 통해 작가는 인간의 탐욕을 비판한다. 그리고 이 탐욕은 철종이 쓰러지는 순간에도 끝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안동김씨의 꿈만 멈추게 했을 뿐이었다.
풍양조씨의 반격이 시작될 것처럼 보였다. 흥선군 이하응의 회심의 미소로서 그동안 사나운 이빨을 꼭꼭 감춰왔었던 그의 야심이 서서히 드러나고, 나의 꿈은 바로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나의 조선은 내 손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