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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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읽은 공선옥 작가의 <유랑가족>. 내 기억 속의 <유랑가족>은 과거에도 좋았고지금 다시 생각해도 좋다무엇이 좋으냐면 사진작가를 중심으로 둔 설정으로 완벽한 르포 형식을 사용했고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사회의 모순을 파헤치고 있는 그 사실감이 좋았다.

 

가난으로 인해 소시민들은 그녀의 책 제목처럼 유랑가족이 되어버리는 처절한 삶상처를 여과 장치 없이 드러내 보여줌으로써 처절함이라는 상처를 만들어낸 세균에 대한 혐오감 같은 면역 체계를 형성케 하는 그 자연스러움이 좋았다.

 

이번에 읽은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유랑가족>보다는 힘을 많이 뺀 느낌이 있다쌓인 연륜만큼이나 깊어졌고 한층 절제된 문장들이다핵심을 무섭게 파고드는 전작의 느낌보다 점진적으로 사건이 이어지고 각각의 사건 하나만으로도 독자들을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다.

 

또한, 모든 것을 펼쳐 보여주는 전작과는 달리 핵심을 마지막까지 감추어둔 채,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깨닫게 한다. 이런 모양새가 훨씬 소설답고, 따라서 그녀의 소설은 보편적인 의미에서는노련해지고 발전했다고 생각한다그렇지만 마음 한쪽에는 작가 고유의 날카로움을 읽어버린 것 같아서 우려스럽다는 생각이 든다몰개성화되었다고 할까?

 

그것을 느끼게 한 작품은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작품이 먼저 출간되었느냐의 문제를 떠나서 이 두 작품이 흡사한 감성과 분위기(그 때문에 문장까지도 비슷한 것 같다.)를 전달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같은 나라의 비슷한 시기를 다루었고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문학이 말이다이런 의구심을 품은 채신경숙공선옥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했더니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기욱(인제대 영문과교수는 우리 시대의 사랑··환경이야기라는 제목의 평론을 통해 두 여성작가의 작품세계를 관능과 생태라는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신씨는 특유의 내면읽기를 통해내성적인 문학이라는 90년대 문학의 한 흐름을 대표해왔다반면 공씨는 농촌여성문제 등에 관심을 기울이며 이른바 여성주의적 리얼리즘 문학이란 갈래를 이어왔다.

                                         극과 극 신경숙-공선옥 공통점은? 문화일보 2003-2-17 

고유의 날카로움에서 변화를 모색하고자 손·발톱을 다듬듯이 펜을 가다듬으려는 의도는 좋았는데,너무 많이 가다듬어서 종이에 베인 상처(문장)를 보고도 이것이 대체 누가 할퀸 자국(소설)인지 알아챌 수 없게 되어버린다면 결국에는 실패한 작품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성공과 실패의 문제를 독자 한 사람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고 또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도 웃기지만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차고 들어오는 것을 어찌 막아 세운단 말인가?

 

만약이 문제가 신경숙 작가에게도 해당하는 사항이라면신경숙 작가의 시점에서도 그녀의 관능성이라는 무기를 조금 더 다채롭게 만들기 위해, 기존의 내면읽기 중심에서 탈피하여 사회 문제를 꺼내는 작업(<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 동참했다면 이건 두 작가 서로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결국이러한 만남을 통해서 쉽게 대중성을 확보하겠지만누구의 입에서든지 꽤 괜찮은 작가의 좋은 소설이라는 말을 듣기야 하겠지만, 개성을 잃어버린 두 작가의 작품은 인생의 책을 찾아 나서는 독자들에게서는 점점 더 외면받게 될 수도 있지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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